[문화] 지친 당신에게 내민 손, 어떻게든 함께 살아가자고

본문

1757262079929.jpg

권누리 시인은 2019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달 25일 출간된 권누리(30) 시인의 시집 『오늘부터 영원히 생일』(문학동네·아래 사진)의 제목은 이런 시구 중에 등장한다. “한여름이 정수리에 쏟아진다/투명하게 빛나는 손바닥/오늘부터 영원히 생일을 축하받고 싶다…”( ‘오래된 섬광’ 일부)

1757262080158.jpg

권누리의 시는 세상에 만연한 ‘모순’을 다룬다. 생일도 예외는 없다. 누구나 손꼽아 기다리는 기쁜 날인 것처럼, 누군가에겐 두렵고 외로운 날일 수 있다. 시 속 화자는 생일을 “축하받고 싶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환대를 받은 경험은 “너무 오래됐”다고 털어놓는다.

그의 첫 시집 『한여름 손잡기』(2022, 봄날의책)는 총 10쇄를 기록하며 약 1만명의 독자를 만났다. 신인 시인의 시집으로 드문 기록이다. 두 번째 시집 출간을 기념해 지난달 27일 만난 그는 “북토크나 후기를 통해 만난 독자들이 ‘함께 읽고 싶어 이 책을 주변에 선물했다’거나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설명할 때 ‘나의 손을 잡아주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첫 시집에서 자신의 퀴어 정체성을 들여다봤다면, 두 번째 시집은 또 다른 정체성들에 대해 썼다. 고향 대구에 관한 이야기나, 청소년기를 다룬 시도 있다. 더욱 견고해진 것이 있다면 ‘모순’을 바라보는 태도다. “세상에 좋은 일이 일어나면 (다른 쪽에선) 동시에 나쁜 일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그 모든 감정들이 이어져 있다고 느껴요.”

시인의 세계에서 죽음과 삶, 기쁨과 슬픔은 양면색종이처럼 붙어있다. 아픔을 담은 시가 위로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청소년기를 힘들게 보냈다. 비슷한 경험을 한 독자가 있다면, 시를 통해 이렇게 전하고 싶다. 어떻게든 같이 살자. 더 산다고 삶이 바뀌진 않지만, 살아지긴 하더라.”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562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