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7년 만에 쪼개지는 기재부…예산처는 총리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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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무총리(가운데)가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제3차 고위 당정협의회에 앞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이날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장진영 기자
기획재정부가 내년 1월부터 재정경제부(재경부)와 기획예산처(예산처)로 쪼개진다. 이명박 정부가 효율성 등을 이유로 2008년 재경부와 예산처를 기재부로 통합한 지 17년 만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7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이런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경제부총리는 재경부 장관이 겸임한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신설되는 예산처는 예산 편성과 재정정책·관리를 담당하게 된다. 예산처는 예산 편성 외에도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수립 등을 담당한다.
이번 조직개편안의 골자는 비대한 기재부 조직을 쪼개 정책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은 그동안 기재부의 권한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이어왔다. 이 대통령도 후보 시절 “기재부가 경제 기획을 하면서 한편으로 재정을 컨트롤해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예산과 정책 기능이 분리되며 신중론도 커지고 있다. 각종 경제 정책에는 예산이 뒷받침된다. 하지만 부처가 두 개로 쪼개지며 부처 간 칸막이가 생길 경우 경제정책을 짜고 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예산을 기반으로 각 부처의 의견을 조율해 온 경제부총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7월 보고서를 통해 “과거 예산처-재경부 체제에서는 예산권이 뒷받침되지 않은 재정경제부의 정책 조정 기능이 저하됐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가 한층 강화될 수도 있다. 기재부가 쪼개진 데는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등이 민주당의 확장 재정 정책에 번번이 제동을 걸며 불거진 해묵은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개편안으로 예산처가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동하면, 대통령과 여당의 확장 재정 기조에 제동을 거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조직 개편은 금융 관련 정부 부처가 2개에서 4개로 쪼개지며 옥상옥(屋上屋)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금융산업의 중요성이 점차 중요해지는데 금융위 등을 쪼개놓으며 정책 전문성이 약화할 우려가 크다”며 “민간 금융사 입장에서도 관치금융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편,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은 환경부로 옮겨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신설됐다. 에너지 정책이 산업정책에서 분리된 것은 1993년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탄소중립 정책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다만 규제 중심의 환경부가 투자 등 지원이 중요한 에너지 정책을 총괄할 경우 정책 기조가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산업계가 난색을 보였다. 전력망 확충, 재생에너지 투자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자칫 환경 규제와 충돌해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또 석탄·LNG(액화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규제가 커지고, 재생에너지 확대로 방향타를 틀 경우 전력 구매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전력 수급이 중요한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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