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포스트 이시바 누구…'펀쿨섹좌'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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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표명을 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7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 7월 참의원(상원) 선거 참패 49일 만의 자진 사퇴이자 사실상 ‘이시바 끌어내리기’에 해당하는 조기 총재 선거 윤곽이 드러나기 하루 전 이뤄진 결정이다.

이날 오후 침착한 표정으로 총리 관저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시바 총리는 “새로운 총재를 뽑는 절차를 개시해 주길 바란다”며 “응원해 준 많은 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의 사임 의사 표명에 따라 자민당은 8일 마감 예정이던 조기 총재 선거의 찬반을 묻는 절차 대신 총재 선거 체제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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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내각제인 일본은 다수 의석을 보유한 당 대표가 총리가 되는 구조로, 후임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뒤 국회 지명 선거를 거쳐 결정된다. 이시바 총리는 새로운 총재 선출 선거에도 불출마하기로 했다. 이시바 총리의 총재 임기는 2027년 9월까지였지만 지난 1년 사이 세 차례에 달하는 선거 참패로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자민당의 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자신의 조기 퇴진을 사과하며 “남은 기간 몸과 마음을 다해(全身全霊) 국민이 요구하는 과제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회견을 이어간 그가 자신의 퇴진 결심 배경으로 꼽은 첫 번째는 국란(國亂)이라 불러 온 미·일 관세협상 마무리였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참패 직후 퇴진 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것은 “지위에 연연해서”가 아니었다고 했다.

사임 결심을 하게 된 결정타는 사상 초유의 ‘총리 리콜’이다. 퇴진론에도 이시바 총리의 버티기가 계속되자 자민당은 지난 2일 양원 총회를 열고 당칙(제6조 4항)에 따른 조기 총재 선거 찬반을 8일까지 확인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소속 의원(295명)과 광역지자체 지부 대표자(47명) 등 342명 가운데 절반(172명) 이상이 찬성하면 조기 총재 선거를 치를 수 있는데, 이 규정이 현실화하며 그의 퇴진을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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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다카이치(왼쪽부터)

정치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르면 이달 안에 새 총재 선출 선거를 치를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총재 유력 후보로는 지난해 9월 총재 선거 결선투표에서 이시바 총리와 맞붙었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의 아들이자 ‘펀쿨섹좌(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로 알려진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농림수산상이 거론된다. 부친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아 인지도가 높은 그는 이시바 정권에서 구원투수로 농림수산상에 기용되며 쌀값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퇴진을 거부하는 이시바 총리를 지난 6일 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와 함께 찾아가 “당을 깨선 안 된다”고 사임하도록 설득한 사람 역시 그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보수정치 노선을 이어가며 ‘여자 아베’로도 불리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지난 2일 양원 총회 직후 “이미 마음을 정했다”며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그간 “이시바 총리가 거취를 밝히지 않았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지만 출마 가능성이 크다.

총리직에 오르기까지 변수도 있다. 자민당이 소수여당으로 전락한 만큼 야당 협력을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의 후견인을 자처하는 스가 전 총리가 일본유신회와 굵직한 인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세력 확장 중인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 대표 역시 고이즈미 측과 협력하기 용이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 지지층 가운데선 ‘일본인 퍼스트’를 주장하는 참정당이나 국민민주당으로 흘러간 보수층의 표심을 자민당으로 되돌려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본의 총리 교체는 한·일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과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모두 매년 8월 15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왔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차기 총리가 되더라도 한·일 관계는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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