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면부지 남에게 신장·간 기증하고 피도 나눴다...60대 목사 "그래도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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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간 기증을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이태조 목사. 사진 본인
"주변에 몸이 아파 힘들어하는 이웃이 있다는 걸 우리 모두가 기억했으면 합니다."
올해 '제8회 생명나눔 주간'(8~14일)을 맞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은 이태조 예일교회 목사는 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이씨는 생면부지 타인에게 신장과 간 일부를 기증하는 등 생명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이날 열린 기념식에서 유공자로 선정됐다. 그는 "아픈 이웃에게 사랑과 생명을 나누는 고귀한 일에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장기 이식 대기자는 약 5만4000명에 이른다. 하루 평균 8.3명(2024년 기준)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목숨을 잃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씨는 1993년 5월 신장을, 2005년 11월 간을 가족도 아닌 남에게 기증해 장기부전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지금까지 235차례 헌혈을 하고 헌혈증을 기부했다. 부모 역시 각각 2011년과 2021년에 대구한의대에 시신을 기증해 의학 발전에 힘을 보탰다. 이씨는 "이번 표창은 장기를 기증한 모든 분을 대표해 받는 것"이라며 "내가 특별한 일을 했기 때문에 받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씨는 전도사 시절이던 93년 한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만난 10대 신부전증 환자를 보며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그는 "지적·청각 장애 등 복합 장애가 있던 학생이 혈액투석으로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며 "신장을 기증하면 학생이 건강해질 수 있다는 의료진 설명을 듣고 기증을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조직이 맞지 않아 해당 학생에게 신장을 주지 못했지만, 다른 환자를 위해 신장을 내놓았다.
2003년엔 간 이식을 준비했지만 지방간 판정으로 기증이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2년간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몸을 관리한 끝에 2005년 간 일부를 간경화 환자에게 기증할 수 있었다. 그는 "'몸을 불려오라'는 말을 체중을 늘리라는 뜻으로 오해해 지방간이 생겼다"며 "원래 수술을 기다리던 환자는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결국 다른 환자를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기증받은 환자들 소식을 전해들을 때가 가장 기쁘다고 말한다. 이씨는 "경남 거제에서, 부산에서 이들이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뿌듯하다"며 "누구나 이웃을 돕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요즘처럼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모두가 이웃 사랑을 실천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씨는 이름대로 '크게 돕는(太助)' 삶을 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신장 기증자와 이식 수혜자가 함께하는 모임인 '새생명나눔회' 회장을 2022년부터 맡아 장기 기증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이웃 사랑은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첫 기증을 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그의 건강엔 이상이 없다고 한다. 이씨는 "기증 뒤 몸이 약해지면 장기 기증을 주저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어 건강을 더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운동을 꾸준히 하며 자전거 국토 종주도 달성했다. 앞으로도 건강을 지키며 기증의 의미를 널리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제8회 생명나눔 주간 기념식 포스터. 사진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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