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소청 수장 이름은 검찰총장?…커지는 '검찰청 폐지' 위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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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전날 열린 당정대 고위급 협의에서 결정에 따라 9월 국회에서 신속히 처리할 정부 조직법 신속 처리와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수사)·공소청(기소)을 신설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한 데 대해 ‘검찰총장’ 명칭을 근거로 위헌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헌법학자들 사이에선 헌법상 명시된 기관인 ‘검찰총장’ 대신 ‘공소청장’을 임명하는 것이 헌법 위반이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검찰총장, 필수 헌법 기관”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일부 헌법학자는 현행 헌법이 검찰총장 임명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한 것은 ‘검찰청’과 그 수장인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본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하위 법률(정부조직법)로 검찰청을 폐지하는 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헌법 제89조 16호가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관리자의 임명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한 게 근거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앙일보에 “헌법상 ‘검찰총장’ 직위가 규정돼 있고, 필수 헌법 기관이기 때문에 상설 기관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다”며 “검찰총장을 공소청장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헌법 명문규정에 반하는 위헌”이라고 말했다. 검찰총장을 공소청장으로 이름만 바꾸는 것 역시 “헌법의 규범력을 무시하고 실질적인 내용을 하위 법률로 완전히 형해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1989년 노태우 정부가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이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에 따라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한상대 검찰동우회 회장(전 검찰총장)은 이날 “헌법 89조는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며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 정신을 거스르고 법체계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청 폐지와 관련한 헌법소원, 위헌법률심판 청구도 잇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총장 사문화, 공소청장 임명 문제없어”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 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헌법상 검찰총장 사문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검찰이 헌법기관이 아닌 검찰청법에 따른 법률상 기관에 불과하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대통령·국회·법원·헌법재판소처럼 설치 근거, 권한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헌법기관이 아니고, ‘검사’ 역시 영장신청권자(12조3항·16조)로만 나온다는 이유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법사위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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