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아프니까 청춘? 1020 심각하다…자살시도 응급실행 42%가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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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4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환자를 이송한 119구급차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김성태 객원기자
20대 A씨는 지난주 자살을 시도해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일단 안정제를 투여받았지만, 언제 또 응급실을 찾을지 모른다. 이미 수차례 응급실을 드나들었다는 A씨는 "정신질환에 자살 충동이 심해질 때가 종종 있다. 주변을 보면 나보다 어린 십대들도 꽤 있어 더 무섭다"고 털어놨다.
최근 5년 새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을 찾은 10~20대가 6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결과'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응급실에 내원한 10·20대 자살시도자는 총 5만8597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 응급실 내원 자살시도자(13만9321명)의 42%에 이르는 수치다.

정근영 디자이너
연도별로는 2020년 9169명, 2021년 1만1392명, 2022년 1만1768명, 2023년 1만3285명, 2024년 8866명, 2025년(1~6월) 4117명이다. 특히 전체 연령대 가운데 20대는 매년 1위(평균 26.3%)를 차지했다. 10대는 2020년을 제외하곤 줄곧 20대 다음으로 많았다(평균 15.3%). 중장년층과 비교해 이들의 자살 시도가 두드러진다는 걸 보여준다. 경기도의 한 고교에서 일하는 3년 차 교사는 "학생들이 담임과 통화한 직후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교에서도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반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잠정치)는 50대(3063명)·40대(2759명)가 20대(1338명)·10대 이하(377명)를 훨씬 웃돈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1020 중심의 자살 시도자는 여러 차례 재시도를 하고, 점점 치명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자살 사망자보다 시도자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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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대가 자살을 많이 시도하는 배경에는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과 대인관계 문제 등이 자리하고 있다. 복지부가 올해 응급실을 찾은 자살 시도자 동기(복수 응답)를 분석한 결과 정신장애(39.8%), 대인관계 문제(16.2%) 순으로 많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10대 환자는 2020년 3만9817명에서 지난해 7만3070명으로 83.5% 증가했다. 이경원 교수는 "중학생이 심각한 우울증을 진단받고 수 차례 자살을 시도하다 응급실로 실려 온다"며 "연령대가 중학생까지 내려왔다는 현실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예방적 관리가 중요하다. 복지부는 내년도 자살예방 예산을 708억원으로 올해(562억원)보다 26% 늘렸다. 이중 자살 시도자의 재시도를 막기 위한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예산은 10억원 증액됐다. 사후 관리를 받은 자살시도자의 자살로 인한 사망률은 4.6%로, 그렇지 않은 경우(12.5%)보다 3분의 1 이하로 낮다.

보건복지부의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 진행 체계. 사진 보건복지부
하지만 한계도 적지 않다. 2023년 기준 자살시도자가 사후관리 서비스에 동의한 비율은 66.2%, 지역의 관리 서비스와 연계된 비율은 38.1%에 그쳤다. 송명제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나이가 어릴수록 사후관리 과정을 낙인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청소년·청년층은 학교 진학이나 취업 과정에서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고, 부모도 참여를 꺼린다"고 전했다.
의료계에선 우울증 치료제인 '스프라바토'의 건강보험 급여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 약은 코 안에 뿌려 자살 충동을 단기간 억제하는데, 한 번 쓰는 데 80만원가량 들어 환자 부담이 크다. 이병철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항우울제가 급성 환자들에게 효과를 내려면 몇 주 걸리지만, 스프라바토는 즉각적인 호전을 보인다"면서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현장에선 거의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보윤 의원은 "청년과 청소년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학교·가정·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촘촘한 안전망을 정부가 앞장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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