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당 관여말라, 누구 뜻인지 알겠나"...우상호, 정청래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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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달 4일 국회에서 정청래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하고 이재명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달했다. 김성룡 기자
고위 당·정 협의회(7일)에서 검찰개혁 후속 입법의 주도권을 놓고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비서관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진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이견은 검찰개혁의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을 두고 도드라졌다. 당초 당·정은 사전 실무 협의 과정에서 구체적 검찰 개혁 방안을 당·정·대통령실이 모두 참여하는 총리실 산하 ‘검찰 개혁 태스크포스(TF)’에서 마련하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우상호 수석이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당이 빠진 정부 차원의 검찰개혁 추진 기구를 주장하면서 정청래 대표와의 아슬아슬한 논쟁이 시작됐다. 복수 참석자에 따르면, 우 수석이 “검찰개혁 관련 후속 입법안을 마련하려는 정부 기구에 여당이 들어오는 것은 관례상 모양이 맞지 않다”고 말을 꺼내자 정 대표는 “원래 사전 협의 때 당도 참여하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우 수석은 “아니 의원 입법이 아니라 정부 입법 형태로 발의가 되는 건데 거기 당이 왜 관여하느냐”고 말했고, 정 대표는 “아니다. 사전 협의했던 초안대로 당도 후속 정부 법안을 만드는 데 참여해야겠다”고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운데)가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두 사람 간의 실랑이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고 한다. 결국 우 수석이 “아니 내가 정치를 해도 막말로 여기 있는 사람들보다 더 오래 했고 내 스타일을 잘 알지 않느냐”며 “내가 지금 대통령 이름 팔아서 내 주장을 하러 여기 앉아있나”라고 발끈했다. 이어 “나 그런 사람 아니다”며 “당이 참여하지 말라는 게 누구 뜻인지 좀 아시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당이 참여하지 않는 범정부 기구가 이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자 김민석 국무총리가 “당초 당·정이 사전에 당도 참여하는 형태의 기구를 만드는 거로 논의를 했더라도 그것은 초안이었을 뿐”이라며 “지금 이렇게 의견들이 다르니깐 일단 총리실 산하 TF엔 대통령실과 정부만 참여하는 것으로 하고, (실제 국회 입법 과정에서) 당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는 것으로 하자”며 상황을 정리했다. 또 총리실 산하 TF에 참가하는 외부 인사를 민주당에서 일부 추천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고위 당·정 직후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 마련을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하고 당·정 간 긴밀한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최종)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는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의 브리핑 문구가 마련되기 까지 상당한 진통이 존재했던 셈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운데)가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제3차 고위 당정협의회에 앞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이날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장진영 기자
우 수석과 정 대표 간의 기싸움을 두고 정치권에선 “향후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빚어질 당·정 갈등의 예고편 격”(민주당 관계자)이란 말이 나왔다. 전날 당·정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해 검찰의 기소·수사 기능을 분리토록 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추석 전인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중수청은 결국 논란 끝에 민주당 강경파의 주장대로 법무부가 아닌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는 것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중수청·공소청 설치는 법률안 공포일부터 1년 후 시행되는 만큼, 당·정은 앞으로 ▶전건송치 ▶보완수사권 ▶수사지휘권 부활 등 수사 실무와 관련된 예민한 검찰개혁 각론들을 합의해 나가야 한다. 여권 관계자는 “총론 입법에선 강경파들의 뜻대로 중수청을 법무부가 아닌 행안부로 두는 양보를 했다면, 이제는 수사기관이 부작용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문제점을 보완하고 권한을 조정하는 게 중요한 상황”이라며 “검찰개혁추진단에서 당을 배제한 것은 후속 입법 과정에서 정부가 키를 쥐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가진 여야 오찬 회동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미 대통령실 물밑에선 ‘추석 전 입법’을 관철한 정청래 지도부를 향한 불편함도 감지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총론만 먼저 띡 처리할 게 아니라, 후속 법안이 완비될 때까지 신중하게 논의를 이어갔다면 더 모양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검찰개혁 관련해 토론을 해야지 사람을 공격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신중론을 견지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향해 “장관께서 너무 나가신 것”(민형배 당 검찰정상화특위 위원장), “정 장관조차도 검찰에 장악돼 있다. (개혁안도) 검사장 자리 늘리기 수준”(임은정 동부지검장) 등의 진영 내 비난이 거세지자 직접 제동을 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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