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법, 천경자 화백 ‘미인도’ 국가배상 소송 최종 기각…유족 패소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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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중앙포토
고(故) 천경자(1924∼2015) 화백의 작품 ‘미인도’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천 화백의 딸 김정희(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가 국가를 상대로 낸 1억원 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지난 4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 사건을 제외한 소송에서 2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이나 잘못이 없다고 판단해 본격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한 것이다.
국가배상은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국가가 책임을 지도록 한 제도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품을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이 작품은 1977년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소장하다 10·26 사건 이후 정부로 귀속돼 1980년 미술관 수장고에 들어갔다. 이후 1991년 기획전 ‘움직이는 미술관’에 전시되며 세상에 알려졌다. 미인도는 가무잡잡한 톤의 볼이 패인 얼굴, 공허한 눈빛이 특징인 작품이다.
그러나 천 화백은 “자기 자식인지 아닌지 모르는 부모가 어디 있나. 나는 결코 그 그림을 그린 적이 없다”며 위작을 주장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진품이라고 맞섰고 전문가들 다수도 같은 결론을 내리자 천 화백은 절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한동안 가라앉았던 논란은 2015년 천 화백 별세 이후 다시 불붙었다. 유족은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등이 위작을 진품이라 주장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고소·고발했다.
2016년 서울중앙지검은 8개월여의 조사 끝에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 감정, 미술계 자문 등을 종합해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X선·원적외선·컴퓨터 영상분석·DNA 분석 등 과학적 기법과 전문가 감정을 종합해 천 화백 특유의 작품 제작 방법이 미인도에 그대로 구현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김 교수는 2017년 미인도가 위작임을 입증하는 근거를 정리한 책 『천경자 코드』를 통해 “천 화백의 다른 작품에 있는 코드가 없으므로 명백한 위작”며 위작임을 재차 주장했다. 이어 2019년에는 검찰이 감정위원을 회유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은 2023년 7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검찰이 성실의무를 위반하거나 불법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2심 역시 올해 4월 “수사 과정에 일부 미흡함이 있었다 하더라도 위법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이를 확정하면서 유족의 패소가 굳어졌다.
다만 법원은 이번 소송에서 ‘미인도’의 진위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한편 김 교수는 국가배상 소송 과정에서 검찰이 감정위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감정서의 공개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별도로 행정소송을 지난해 5월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는 “검찰이 수사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며 법원이 김 교수의 청구를 받아들였고 지난달 법원이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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