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투런 홈런을 쏘아올린 뒤 홈을 밟으며 팀 동료 드류 길버트와 기쁨을 나누는 이정후(오른쪽). AP=연합뉴스

‘바람의 아들’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홈런 포함 3안타를 폭발시키며 가파른 타격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이정후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 7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정해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시즌 타율은 0.267에서 0.271(510타수 138안타)로 올라 고대하던 2할7푼대 재진입에 성공했다.

첫 타석부터 홈런포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팀이 0-3으로 뒤진 2회말 1사 1루 찬스에서 상대 오른손 선발 네빌 크리스맷의 시속 119㎞ 커브를 걷어 올려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15m 투런포를 기록했다.

6회 무사 1,2루에서 기습 번트를 시도하는 이정후. 내야안타로 연결해 무사 만루 찬스를 만들어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정후의 기습 번트를 처리하려다 볼을 놓친 애리조나 포수 가브리엘 모레노. AP=연합뉴스

이정후가 홈런포를 쏘아올린 건 지난달 20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 이후 날짜로는 20일, 경기수로는 15경기만이다. 시즌 8호이자 MLB 통산 10호 홈런을 신고한 이정후는 추신수(218개), 최지만(67개), 김하성(50개), 강정호(46개), 최희섭(40개), 이대호(14개), 박병호(12개)에 이어 8번째로 빅 리그 무대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한국인 선수로 기록됐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안타를 때려내 일찌감치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완성했다. 크리스맷의 시속 142㎞ 직구를 잡아당겨 우전 안타를 만들었다.

4-4로 맞선 6회말 세 번째 타석에선 타격 센스를 앞세워 내야안타를 추가했다. 무사 1,2루 상황에서 상대 왼손 불펜 브랜딘 가르시아의 초구 시속 152㎞ 싱커에 번트를 댔다. 볼이 투수와 포수, 3루수 사이 공간으로 절묘하게 흘렀고, 포수 가브리엘 모레노가 잡으려다 놓친 사이 이정후가 바람처럼 내달려 1루를 밟았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기습 번트로 만든 무사 만루 찬스에 크리스천 코스의 우익수 방면 2루타, 패트릭 베일리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엘리오트 라모스의 좌중월 투런 홈런을 묶어 대거 5득점하며 승기를 잡았다. 이정후는 베일리의 희생플라이 때 득점을 추가했다.

애리조나전 승리 직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이정후. 로이터=연합뉴스

이정후는 7회에도 타석에 들어섰지만 안타를 추가하지 못 했다. 시속 166㎞로 빨랫줄같이 뻗어나간 타구가 상대 2루수 케텔 마르테 정면으로 향해 아쉽게 돌아섰다.

이정후는 9월 들어 치른 6경기 중 4경기를 멀티 히트로 장식하며 절정의 타격감을 유지 중이다. 월간 타율은 0.500(24타수 12안타)에 이른다. 시즌 개막 이후 5월까지 타율 0.277 6홈런 31타점 31득점으로 중심타선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지만, 6월 들어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한 달 간 25경기에서 0.143에 그치며 깊은 수렁에 빠졌다. 하지만 7월 이후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섰다. 7월에 월간 타율 0.278을 기록했고, 8월에는 0.300을 찍었다. 9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한때 2할4푼대까지 떨어졌던 시즌 타율을 2할7푼대로 끌어올렸다.

샌프란시스코는 애리조나를 11-5로 꺾고 시즌 73승(71패)째를 거뒀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5경기 격차는 변함이 없지만 와일드카드 2위 뉴욕 메츠와의 격차는 3경기로 좁혔다.

한편 빅 리그 데뷔 이후 5년 만에 처음 4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유격수 김하성은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서 3타수 1안타 1득점 1사구로 멀티 출루를 기록하며 애틀랜타의 4-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시즌 타율은 0.231로 소폭 상승했다.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의 김혜성은 콜로라도 로키스전에 7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장해 2타수 무안타 1볼넷 1도루를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0.287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