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50년 경력 해녀 사망, 냉수대 영향? “급격한 체력 손실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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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하는 해녀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지난달 23일 부산 기장군 일광해수욕장 부근에서 70대 해녀 2명이 숨졌다.  부검에서 ‘익사’ 소견이 나왔지만, 경력 50년이 넘는 베테랑 해녀들이 깊이 2m가 안 되는 바다에서 당한 사고 원인에 대한 의문이 커진다.

과학수사서 “감전 가능성 작다” 결론

9일 울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사고는 오전 10시쯤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폐쇄회로(CC)TV를 보면 해녀들은 잠수복 차림으로 망태기를 든 채 4시간가량 물질을 하던 중 1명이 물에 빠진 듯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였고, 이에 다른 1명이 구하려는 행동을 취하다 2명 모두 숨지는 사고로 이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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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오전 10시쯤 부산 기장군 일광읍 일광해수욕장 인근 해상에서 70대 해녀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사진은 이들 해녀 구조 당시 모습. 연합뉴스

당시 바람이나 파도 등 기상 여건에도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한 해녀 유족 가운데 일부는 감전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해경 과학수사대가 조사한 결과 감전으로 볼 만한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고, 검안 및 부검에서도 사망 원인은 익사로 보인다는 의견이 나왔다.

해경, ‘냉수대’ 주목 이유  

해경은 이 해역 표층에서 일어난 냉수대(冷水帶)가 사고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냉수대는 주변과 비교해 수온이 5도 정도 낮은 물층이다. 본래 수심이 깊은 저층에 머물다가, 강한 바람이 불어 해수면이 갈라지면 순식간에 위쪽으로 치솟는 용승(湧昇) 작용에 따라 표층에도 드러난다.

실제로 국립수산과학원은 사고 발생 닷새 전인 지난달 18일부터 “표층 수온이 주변 해역보다 4~7도 낮다”며 기장 앞바다에 냉수대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 주의보엔 “남풍이 자주 불어 향후 수온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어업 및 해양레저활동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당부도 담겼다.

과학원 관계자는 “동ㆍ남해안의 경계인 기장 앞바다엔 보통 매년 5~8월 냉수대가 관측된다.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에서도 바람의 영향에 따라 주변보다 5도가량 수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구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원 관측 자료를 보면 사고가 일어난 지난달 23일 오전 6~8시 사이 기장 앞바다 표층 수온은 17.6~20.3도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목욕탕 냉탕(20~25도)보다 물이 찼고 수온도 3도가량 급격히 오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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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 이미지그래픽

해경 관계자는 “여름이어서 물 안팎의 온도 차도 컸다. 사고를 당한 이들이 고령인 만큼 이런 여건이 (사고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에도 주목하는 것”이라며 “정확한 사인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부검을 의뢰했다. 2주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잠수기능장인 이상석 부산소방재난본부 낙동강수상구조대 팀장은 “훈련 중 갑작스레 냉수대를 만나면 혈관과 근육이 수축하며 급격한 체력 손실로 이어진다. 수트를 입은 전문 구조 요원들도 곤욕을 치른다”며 “고령자의 경우 냉수대 주의보 등이 내려진 바다에서 해양 활동을 할 때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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