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떠나는 日 이시바 총리, ‘전후 80년 견해’ 유엔총회 맞춰 내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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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퇴임을 앞두고 ‘전후 80년 견해’를 유엔 총회에 맞춰 공표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지지통신이 9일 보도했다. 자민당 보수파의 반발 속에 성사되지 못했던 자신의 소신을 이루겠다는 것으로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회견에서 “현시점에선 결정되지 않았다”며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총리 관저에서 긴급 회견을 열고 사임을 밝히고 있다. 지지통신=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총리 자리에 오른 이시바 총리는 신년회견부터 전후 80년 담화 등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자민당 내에서도 비주류로 통했던 이시바 총리의 총리 담화나 견해 발표는 쉽사리 이뤄지지 못했다. 참의원(상원) 선거 등에서 연달아 참패하면서 보수파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강했던 탓이다.
이번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기점으로 각의(국무회의) 결정이 필요 없는 이시바 총리 개인의 견해가 발표될 경우 이시바 총리의 마지막 과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총리는 전후 80년을 맞은 올해에 일본이 전쟁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을 줄곧 펼쳐왔다. 일본의 패전일이자 종전일인 8월 15일 추도사에서 ‘반성’을 13년 만에 언급한 것도 그의 이런 평소의 생각이 반영됐다.
이시바 총리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전후 80년 견해 발표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시바 총리의 퇴진 발표로 자민당이 10월 4일에 총재 선거를 앞둔 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이끌었던 옛 아베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아베 전 총리가 2015년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를 근거로 들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당시 일본의 침략을 과거형으로 사죄하고, 후손들에게 사죄해야 하는 숙명을 짊어지게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지지통신에 “70년 담화를 신격화하는 세력을 총리가 ‘전쟁 전 육군 장교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만큼 이시바 총리가 전후 80년 견해 발표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자신의 견해 발표를 ‘유언’처럼 생각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지지통신은 이시바 총리가 견해 발표를 위해 현재도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보도가 전해지자 하야시 관방장관은 “이시바 내각은 지금까지 총리 담화를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승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의 담화의 축적을 감안하면서 적절하게 판단할 것”이라며 “전쟁 기억을 풍화시키지 않고, 두 번 다시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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