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법원 강제조정 거부한 인천공항 vs 면세점 갈등...철수·재입찰 가나

본문

면세점 업계와 인천국제공항공사 간 임대료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법원이 임대료를 25% 인하하라고 강제조정에 나섰지만 공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의 조정도 효과가 없다면 면세점 철수에 이어 위약금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면세점 불황에 임대료 갈등 폭발

17574011309681.jpg

최근 전 세계에서 K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큰 폭으로 늘고 있으나 면세점 업황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작년 동기보다 23.1% 늘었고 면세점에서 물품을 구매한 외국인 수도 관광객 수 증가폭과 비슷하게 25.1% 늘었으나 구매액은 오히려 14.2% 감소했다. 사진은 1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면세구역. 연합뉴스

앞서 신라·신세계 면세점은 올해 초 적자가 쌓이고 있다며 임대료 40%를 감면해 달라는 민사 조정 신청을 법원에 냈다. 공사가 조정에 불참하면서 조정은 실패했고, 이에 인천지방법원이 지난 5일 ‘공사가 신라면세점에 대한 임대료를 약 25%를 인하하라’고 강제 조정 결정을 내렸다. 강제 조정대로라면 공사는 신라면세점에 연간 임대료 중 약 583억원을 인하해줘야 한다.

공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9일 “다른 면세점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임대료 감면은 어렵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신세계면세점 신청 건도 이르면 이번 주 유사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매달 300억원 수준의 임대료를 인천공항에 지불하고 있다. 2023년 4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로 낙찰받아 10년간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지만 철수할 경우 1900억원 수준의 위약금을 물어내야 한다. 업계는 법원의 이번 강제 조정이 ‘불성립’으로 확정된다면 신라면세점이 본안 소송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면세점 불황의 골이 깊어가면서 양측 갈등은 이미 장기전에 접어들었다. 한국면세점협회 등에 따르면 올 7월 매출액은 9199억원으로 지난해 7월(1조65억원)과 비교해 8.6% 줄었다. 올해 7월 1인당 면세 구매액은 35만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42만원보다 7만원 줄었다. 면세점을 그냥 지나치거나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올해 7월 면세점을 방문한 고객은 258만명으로 지난해 7월 236만명보다 늘었지만 면세 상품을 외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7574011311977.jpg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오는 29일부터 무비자로 최대 15일 동안 대한민국 전역을 여행할 수 있다. 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외교부·국무조정실은 7일 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중국 단체관광객 한시 비자 면제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모습. 연합뉴스

면세점 업계에선 불황을 몇 가지로 나눠 분석한다. 우선 세계적인 불경기로 고가의 면세 상품보다 저가 상품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떨어진 원화 가치는 국내 고객이 면세점을 외면하는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중국 보따리상 다이궁(代购)도 줄어 면세점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위안화 대비 엔화 가치가 30여 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면서 다이궁은 일본으로 발길을 돌렸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다이궁 매출 비중이 높았던 2021년에는 1인당 면세 구매액이 263만원을 찍었는데 164만원(2022년), 62만원(2023년), 50만원(2024년)으로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면세점 업계는 업황이 단시간에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면세점 업계 큰손인 중국뿐만이 아니라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중국의 관문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선 텅 비어 있는 면세 매장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선 최악의 경우 기존 사업자 철수 이후 면세점 재입찰이 진행되면 현재 임대료보다 낙찰가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재입찰 시 임대료는 현재 수준 대비 낮게 낙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40%가량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도 말했다.

관련기사

  • 팔수록 손해보는데…면세점들 '다이궁 다이어트' 힘드네

  • 중국 단체 관광객, 29일부터 무비자로 입국…9개월간 한시적 허용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4,085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