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오송 참사 추모사업 백지화되나…조형물 예산 삭감에 유족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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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과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충북도의회 예산 5000만원 전액 삭감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추모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9일 충북도에 따르면 충북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원회는 전날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면서 도가 제출한 오송 참사 추모조형물 예산 50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도의회 건소위는 전체 위원 7명 중 5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도의회는 예산 삭감 이유로 “다양한 의견 수렴이 선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태훈 도의원은 “추모조형물 설치에 앞서 공청회 등을 통한 유가족, 도민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며 “단순한 조형물 설치가 아닌 교육·상징적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종합적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예산 심사에 참여한 한 도의원은 “당초 집행부가 가져온 안은 오송역과 만수공원에 추모비를 건립하는 것이었다”며 “느닷없이 도청 청사 안에 추모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으로 변경해 놓고 도의회 동의를 구하는 건 절차상 맞지 않다”고 했다. 이어 “도청 안에 오송 참사 추모조형물을 설치하는 건 다른 사고 희생자와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했다.
오송 참사 추모비는 충북도와 유가족협의회가 여러 차례 의견 조율을 거쳐 지난 7월께 도청 연못광장에 높이 1.5~1.7m 규모로 설치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사고가 난 궁평2지하차도 진출입로 상단에 추모 현판을 설치하기로 했다. 현판은 가로 6m·세로 30㎝ 크기로, 안에 들어갈 문구는 ‘오송 참사 희생자 기억의 길’로 정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이 가결되자 유가족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족협의회 “소통 없던 도의회가 ‘공론화’ 운운”
충북도 관계자는 “도의회는 추모비를 도청 청사 안에 설치하는 만큼 더 많은 의견을 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며 “현판은 이미 제작을 마쳤지만, 오송 지역 주민단체가 반대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설득한 뒤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달 출범한 행정안전부 오송참사 지원단과 함께 반대 단체를 비롯한 유족 의견을 들어본 뒤 예산 반영을 다시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유가족협의회 등 사고 피해자 단체는 충북도의회의 예산 삭감 결정에 반발했다. 이들은 “희생자 추모조형물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유가족의 뜻을 짓밟고, 참사의 고통을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도의회가 지금까지 유가족과 소통하거나 의견을 묻지도 않았으면서 ‘공론화 부족’을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오송참사 희생자에 대한 추모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감당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며 “도의회는 추모조형물 설치예산을 복원하고, 충북도는 유가족 뜻에 따라 추모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치적·행정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충북도의회 건소위 예비심사를 마친 오송 참사 추모 조형물 설치 예산은 오는 11일 열리는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와 16일 본회의를 거치면서 편성 여부가 최종 확정된다. 상임위 의견이 그대로 관철될 경우 하반기 내에 추모조형물 설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송 참사’는 집중호우가 내린 2023년 7월 15일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물로 지하차도를 지나던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되고 14명이 숨진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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