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모든 권력은 더블체크 필요하다" 참여연대·민변마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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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와 민변 등 검찰개혁에 앞장섰던 진보 성향 법조인들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존 경찰·국가수사본부에 이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까지 행정안전부에 신설해 수사권을 집중하면서 최소한의 인권보호를 위한 통제장치는 사라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보완수사란 경찰이나 중수청과 같은 1차 수사기관이 사건을 송치했을 때 기소 여부 판단이나 공소유지에 부족한 부분을 검찰이 2차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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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뉴스1

“권력 견제 장치는 꼭 필요”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일 “민주주의 체제에서 모든 권력은 내·외부적으로 모두 더블 체크가 필요하다”며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없앤다면 경찰의 수사 결과를 검증하는 기구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권력을 조정하거나 배분할 때는 반드시 그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지금 그런 대안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 교수와 참여연대는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검찰개혁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보완수사 폐지는 검찰개혁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게 한 교수의 주장이다. 한 교수는 또 “검찰뿐 아니라 경찰이나 행안부 등도 모두 권력 남용을 우려해야 하는 권력기관이다. 모든 권력은 통제장치가 필요한데 지금의 개혁 방안은 그 수준을 넘어서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장애인권법센터 대표인 김예원 변호사도 “수사가 공정하게 된 건지, 인권을 보장했는지 등을 들여다 보는 수사통제 장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이대로 가면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억울함을 풀기는 더 어려워질 것”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완수사 폐지를 논의할 게 아니라 오히려 검찰이 보완수사를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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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수사·기소 분리 검찰개혁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검찰 수장도 보완수사 강조 

법무부와 검찰의 수장이 최근 보완수사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8일 보완수사에 대해 “1차 수사기관이 수사권을 남용·유용하지 않도록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여러 문제 중 하나”라며 “추후 입법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잘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도 “적법절차를 지키면서 보완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검찰의 권한이 아닌 의무”라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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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법무부 장관(왼쪽 사진),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연합뉴스

보완수사 없었다면 공소시효 지날 뻔 

피해자 대리를 주로 하는 변호사 등 실무 법률가 사이에서도 보완수사 폐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안지희 변호사(법무법인 혜명)는 “경찰은 아무래도 법률가가 아니기 때문에 복잡한 사건에 법 적용을 잘못하거나 절차를 어긴 경우 이를 다시 경찰에 요구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데엔 공감하지만 그 1%도 안 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99% 사건에서 피해자가 불이익을 받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는 건 부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 입장에선 수사와 기소가 쭉 이어져야 좋은 제도다. 보완수사 없이는 경찰과 검찰 사이 ‘핑퐁’만 반복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구속기간이나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은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않고는 현실적으로 기간 내 끝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지난 3일 전국동시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의 당선자 2명을 공소시효 만료(9월 5일)를 이틀 앞두고 기소했다. 경찰이 시효 만료 15일 전 송치한 사건에서 압수수색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사실을 발견해 영장을 재집행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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