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수립 77주년 기념일(9·9절) 행사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정권 수립 77주년 기념일(9·9절) 연설에서 자신들의 '비상한 지위'를 강조했다.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 북·중·러 정상이 밀착 행보를 보인 가운데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포기할 수 없단 뜻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만수대 의사당에서 열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7돌 기념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모임 연설에서 "새 조선의 창건이 선포된 그 날로부터 시작된 77년간의 강국건설위업은 지금 우리 국가가 획득한 비상한 지위로써 긍지높이 총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손으로 만들어낸 융성시대의 거세찬 흐름은 그 어떤 힘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이날 연설에서 언급한 "비상한 지위"는 핵보유국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시도를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란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김정은은 지난 1일 방중을 앞두고 함경남도 함흥 소재 미사일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 연구소를 방문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 개발을 공식화했다. 지난 8일엔 미사일총국·화학재료연구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 발동기(엔진) 지상 분출 시험을 참관했다. 당시 김정은은 "공화국 핵전략무력을 확대 강화하는 데서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조선노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은동 지께서 9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된 기념행사에 이어 공화국창건 77돐(주년) 경축행사에 초대된 노력혁신자, 공로자들을 만나시고 뜻깊은 기념사진을 찍으시였다"고 전했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은 이날 연설에서 "멀리 이역에서 영광의 국기를 품어안고 이 시각을 맞이하고 있을 해외군사작전에 투입된 우리 군대의 장령, 군관, 병사들에게도 뜨거운 전투적 경례를 보낸다"고 언급했다. 김정은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 장병들을 지속해 언급해왔다. 지난달 중순엔 국가표창수여식을 열어 러시아 파병부대 장병들에게 국가표창을 수여하면서 최고 영예인 '공화국 영웅' 칭호를 부여했다. 파병·외교 성과를 부각하면서 선대와 차별화된 자신만의 치적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김정은은 "사회주의, 그 길이 유일무이한 정로"라며 "자기 조국의 운명을 외부의 그 어떤 선택에도 내맡기지 않을 강력한 정치체제와 강건한 국력을 건설할 수 있었고 오늘과 같은 영광을 맞이할 수 있었다"라고도 했다. 이날 김정은은 정치국 상무위원 등 당·정 간부들과 함께 국기 게양식을 마친 뒤 창건 77주년 기념 선서를 했다. 김정은을 포함한 참석자들은 빨간 머플러를 손에 쥐고 선서하며 사회주의 체제와 정권에 대한 충성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