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필로폰 맞고 고속도로 누볐다…안전순찰 요원의 이중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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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도로공사(사장 함진규) 소속 안전순찰원이 마약 혐의로 파면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해당 순찰원은 마약 투약 기간은 물론, 경찰이 수사 협조를 통보한 이후에도 정상 근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로공사 지역 지사 소속 A씨(32)는 지난 1월 5일부터 지난 4월 17일까지 12회에 걸쳐 필로폰 0.6~1.2g을 각 44만~78만원에 구매해 주거지와 모텔 등에서 상습적으로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지난 5월 구속 기소됐다. 도로공사는 경찰에서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고 지난 5월 징계위원회를 열어 A씨를 파면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A씨는 경찰과 징계위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한국도로공사 소속 안전순찰원이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은 광복절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IC 부근에서 바라본 경부고속도로의 모습으로 기사의 내용과는 무관하다. 뉴스1
문제는 고속도로의 안전 관리를 맡은 A씨가 약 3개월의 마약 투약 기간 정상 근무했다는 점이다. 경찰이 첫 마약 투약 시기로 파악한 지난 1월 5일 당시 A씨는 초번(오전 6시~오후 3시) 근무자로 안전순찰차에 탑승했다. 고속도로 안전순찰원은 고속도로에서 2인 1조로 안전순찰차를 8시간가량 운행한다. ▶사고 처리 ▶주행차량 안전관리 단속 등 법규 위반 차량 처리 ▶동물사고(로드킬) 처리 ▶노상 폐기물·낙하물 등 노면 잡물 처리 ▶중요 시설물 확인·점검 ▶긴급 견인 등 고객지원 서비스 등이 주 업무다.
A씨는 필로폰 투약을 한 것으로 확인된 기간에 ‘화물차의 적재물 낙하 조치 위반, 후미등 불량 등에 대해 고발 조치’ 등 법규 위반 차량을 여러 건 적발했다고 순찰일지에 적었다.
게다가 도로공사는 A씨의 마약 투약 정황을 인지한 뒤에도 제재 없이 정상 근무하도록 했다. 경기용인동부경찰서가 지난 4월 21일 A씨가 “마약류관리법 위반 사건 수사 대상자”라며 도로공사에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A씨는 지난 4월 25일까지 안전순찰차에 올라 고속도로 이곳저곳을 누빈 것으로 확인됐다.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A씨는 경찰이 자신의 신병을 확보한 뒤에도 지인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하려고 하는 등 의원면직을 시도했다. 도로공사는 A씨가 구속기소된 뒤에야 그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다만 도로공사 측은 “경찰의 수사협조 요청 이후 인사상 행정 조치를 고려했으나, 경찰이 도주 등을 우려해 최대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요청해 자제한 것”이라며 “A씨가 면직을 시도할 때 경찰에 먼저 통보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했다”고 해명했다.
염태영 의원은 “안전순찰원은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마약 및 음주운전에 대한 관리가 무엇보다 엄격해야 한다”며 “정기적 마약검사와 근무 투입 전 음주측정 의무화 등 실효성 있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속도로 안전순찰원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사고 현장을 수습하다가 2차 사고로 사망 또는 부상하는 사례가 다수(2019년 1월~2024년 10월 중 사망 1명, 부상 16명)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도로공사는 안전순찰원이 사고 처리에 관한 아무런 법적 권한 없이 투입돼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며 관련 입법을 국회에 요청했다. 이후 민주당을 중심으로 도로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지만, 모두 소위에 회부조차 되지 않은 채 계류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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