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홍콩 법원, 동성커플 부모 지위 인정 “부모는 그냥 부모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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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현지시간) 홍콩에서 한 동성커플이 결혼 반지를 끼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에서 체외수정(IVF)으로 자녀를 출산한 동성 부부에게 두 사람 모두 부모의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법원은 체외수정을 통해 아들을 낳은 레즈비언 부부 중 출산한 여성에게만 부모의 지위를 부여한 것은 위법하다고 지난 9일 1심에서 동성커플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당국이 출생신고에서 두 사람 모두를 부모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자녀의 프라이버시와 가족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건의 당사자는 중국 국적 여성 R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홍콩 영주권자 B로, 두 사람은 2019년 해외에서 결혼했다. 이후 R이 난자를 제공하고 B가 2021년 아들을 출산했으나 홍콩 당국은 출산한 B만을 법적 부모로 기재했다. R은 아들과 유전적으로 직접 연결된 유일한 생물학적 가족임에도 아무런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부부는 2022년 ‘부모와 자녀 조례’ 적용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으나 정부는 B만 부모로 등록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법원도 R이 관습법상 부모라는 점은 인정했지만 권리 범위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결국 부부는 2023년 사법심사를 청구했다.
판결을 내린 러셀 콜맨 판사는 “자녀의 출생증명서가 실제 가족관계를 정확히 반영하지 않으면 아들이 신념 체계와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행정적·실무적 장애물에 쉽게 부딪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R을 법정후견인으로 지정하라는 정부의 제안은 충분하고 효과적인 대안이 아니다”며 “요컨대 ‘부모는 그냥 부모인 것’(a parent is a parent)”이라고 강조했다.
콜맨 판사는 또 동성커플이 이별할 경우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필요하다면 법원이 자녀의 최선의 이익을 고려해 부모의 권리와 의무를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나아가 파도를 막으려 했던 크누트 대왕의 전설을 언급하며 “현실에서 일어나는 불가피한 일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홍콩에서는 세금 감면이나 상속 등 제한적 영역에서만 동성커플의 권리가 인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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