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독립 헌법기관인데…새 감사원 사무총장 "국회와 감사계획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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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해 감사원장은 9일 신임 사무총장으로 정상우 전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을 임명해달라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연합뉴스
정상우 신임 감사원 사무총장이 10일 취임식에서 “연간 감사계획을 국회와 협의해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인 감사원은 그간 감사계획을 자체적으로 수립했고, 국회와 별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정 총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이런 구상을 공유한 데 이어 “국민적 관심이 높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감사실시 여부는 감사원이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외부 인사가 절반 이상 참여하는 가칭 ‘감사개시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심의를 거치도록 제도화하겠다”라고도 했다.
현행법상 감사원은 사무처가 감사계획을 연 2회(연간·하반기)에 걸쳐 수립하면, 이를 감사위원회가 의결해 확정했다. 그 뒤 이 스케줄대로 감사를 개시해왔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의 경우 계획대로 감사를 개시하기에 앞서 ‘외부 심의’란 장치를 두겠다는 게 정 총장 구상이다.
윤석열 정권 시절 불거진 ‘표적 감사’ 의혹을 규명하고자 관련자 책임을 묻는 가칭 ‘감사원 정상화 태스크포스(TF)’ 설치 방침도 밝혔다. 정 총장은 “감사원이 권력을 감시하는 기관이 아니라 권력에 춤추는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며 “지난 정부에서 잘못된 감사 운영상 문제점을 규명하고 잘못된 행위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주도 의혹을 받는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2023년 12월 9일 오전 소환 조사를 위해 경기도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 의뢰는 자제하겠다고 했다. 정 총장은 “감사원의 주요 의사결정은 감사위원회의를 통해 이뤄지는 게 원칙”이라며 “사무처 단독으로 수사 의뢰하고 이를 받아 검찰이 수사하는 관행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무죄 추정원칙에 따라 범죄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사안은 수사 요청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 총장은 국회에 국장급을 단장으로 한 사무소를 설치하고 국회 예산 결산·심의와 감사 청구 등 의정활동을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또 “감사가 두려워 일하지 않게 만드는 감사 풍토를 바꾸겠다”며 정책감사 폐지 방침도 재확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2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책 감사·수사 이런 명목으로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들을 괴롭혀서 의욕을 꺾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해주시길 바란다”고 지시했고, 감사원은 지난달 6일 “정책 결정에 대한 감사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감사원 사무총장의 셀프 감수완박”이라고 지적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사무총장이 스스로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의 독립성을 저버린 발언”이라며 “국회와 협의해 감사계획을 짜겠다는 말은 결국 국회 1당이자 절대 권력을 갖고 있는 민주당의 입맛에 맞는 감사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또 “결국 정권의 눈치를 보고, 국회 다수당의 입맛에 맞는 감사만 진행될 우려가 크다”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앞으로 정 총장의 구상을 어떻게 구현할지는 아직 구체화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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