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병원 응급실로 온 자살 시도자들과 꾸준히 대면 면담했다. 그들이 가진 삶의 고민을 줄여주고자 노력했다. 이런 마음이 통했을까. 한밤 서울 마포대교에서 우연히 또 다른 자살 시도자와 마주쳤다. 이번엔 삶을 놓으려는 이를 온몸으로 버텨 살렸다.

한양대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사례관리자로 일하는 사회복지사 정선아(30·사진)씨 이야기다. 정씨는 자살예방과 생명존중에 기여한 공로로 10일 열린 ‘자살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정씨는 지난 7월 11일 늦은 밤 친구와 마포대교를 걷다가 다리 난간에 매달려 있는 여성 2명을 발견했다. 이들이 갑자기 다리를 올리자, 정황을 눈치채고 곧바로 달려가 붙잡았다. 하지만 여성들을 진정시키긴 쉽지 않았다.

정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말로 설득해보려 했지만, ‘집도 부모님도 없다’며 완강하게 거부했다”고 했다. 결국 정씨는 이들을 붙잡고 온몸으로 버텼고, 약 10분 만에 구조대가 도착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정씨는 해마다 100명 안팎의 자살 시도자와 상담한다. 하지만 자살 시도 상황과 직접 마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덕분에 “누군가를 살린다는 책임감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자살 예방의 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특별하지 않은 관심’을 강조했다.

“주변을 보면 우울하거나 자살을 생각하는 이가 꽤 있어요. 그들에게 ‘힘내라’는 말보다는, 안부를 묻는 식의 ‘작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을 거 같아요.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건네주면 도움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