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주중대사에 노태우 장남 노재헌…부친은 한·중수교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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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전 한·중 수교의 첫발을 내디뎠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60) 동아시아문화재단 이사장이 이재명 정부의 첫 주중대사로 내정됐다. 복수의 외교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노 이사장에 대한 주중대사 내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중국 측의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포럼이 중앙일보와 한반도평화만들기 한중비전포럼 주최로 19일 서울 중구 소공동 가넷스위트룸에서 열렸다. 이날 노재헌 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노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2022년 외교부 한중관계미래발전위원회 사회문화분과 위원장을 지내는 등 중국과 인연이 깊다. 한·중 수교 20주년인 2012년부터 동아시아문화재단(옛 한중문화센터)를 설립해 본인이 직접 중국을 오가며 양국의 쌍방향 문화 교류 활동을 벌여 왔다.
지난달 24~27일엔 이재명 대통령이 파견한 중국 특사단의 일원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특사 단장을 맡은 박병석 전 국회의장 등과 함께 중국 공식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과 한정 국가부주석 등을 만나 한·중 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리도록 함께 노력하자는 뜻을 전달했다.
이 대통령이 노 이사장을 주중대사에 임명한 것은 다소 소원해진 한·중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노 이사장이 1992년 한·중 수교의 주역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다이빙 주한중국대사는 지난달 19일 한·중 수교 33주년을 앞두고 경기 파주의 노 전 대통령 묘소를 노 이사장과 함께 참배하기도 했다.

싱하이밍 전 중국대사(왼쪽)가 2020년 8월 서울 연희동의 노태우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해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재단 이사장과 환담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싱하이밍 전 주한중국대사도 부임 첫해인 2020년 8월 투병 중이던 노 전 대통령을 예방해 음수사원(飮水思源·물을 마실 때 우물을 판 사람을 생각한다)을 언급하며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이 퍼준 물을 잘 마시고 있으며, 오랜 기간 한·중 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10월 노 전 대통령이 89세를 일기로 별세했을 때 중국 외교부는 “(고인은) 중국에 우호적이었으며 한·중 수교와 양국 관계 발전에 중대한 공헌을 했다”고 기렸다.
노 이사장의 임명은 정치적으로 ‘국민 통합’의 의미도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1995년엔 잠시 민주자유당(국민의힘 전신)에 몸을 담았으나, 노 이사장은 2019년 개인 자격으로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을 직접 찾아 사죄하기도 했다. 2020년 5월엔 5·18 묘지를 다시 찾아 노 전 대통령을 대신에 사죄하며 재단에 “13대 대통령 노태우 5·18 민주 영령을 추모합니다”라는 리본이 달린 조화를 헌화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이번 인선도 그런 의미가 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10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솔ㄹ 찾아 조문 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의 안내를 받으며 나오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안팎에선 ‘의외의 주중대사 인선’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에선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이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최측근 인사를 주중대사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2021년 10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별세했을 때 당시 더불어민주당 20대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이 빈소를 찾아 인사를 나눈 게 사실상 유일한 만남이었다고 한다. 당시 이 대통령은 조문 직후 취재진과 만나 “(노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다한 점을 저는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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