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당심 알려면 딴지 게시판 봐야" 정청래의 김어준 동기화, 왜? [유튜브에 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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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청래 민주당’의 노선은 왜 유튜버 김어준씨와 동기화됐을까. 정 대표는 과거 김어준씨가 창간한 인터넷 신문 ‘딴지일보’의 온라인 게시판’에 2016년부터 글을 1000개 이상 올렸다. 8·2 전당대회 출마 이후인 최근까지도 주변에 “민주당 당원 동향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공간은 딴지 게시판”이라고 말하곤 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거머쥔 비결로 지목되는 ‘강성 당원 지지세’의 출발점이 딴지 게시판이었던 셈이다.

정 대표가 김어준씨가 만든 공간의 기류를 ‘당심’이라고 믿는 건 자신의 정치 이론인 ‘사분면론’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사분면론은 정 대표가 “중도 외연 확장은 허상”(7월 11일 중앙일보 인터뷰)이라며 당원 주권주의를 외치는 배경이다. 측근들에 따르면, 정 대표는 “진보-보수를 X축으로, 소득 수준을 Y축으로 둘 때 민주당 정치인은 이념적으로는 진보, 계급적으로는 서민층인 3사분면에서 활동해야 한다”며 “사분면 전체를 고루 옮겨 다닐 수 있는 유일한 정치인은 대통령”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3사분면의 여론이 응집되는 공간을 딴지 게시판이라고 보는 셈이다.

중립 지대 의원은 정 대표는 자신의 승리로 김어준의 영향을 받는 강성 당원들이 당의 주류라는 걸 입증한 셈”이라며 “1년 뒤 전당대회에서 연임을 노리는 정 대표로서는 이들의 뜻을 따르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내년 광역단체장 도전 희망자들도 정 대표를 벤치마킹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들은 정청래 체제 출범 후 제기되는 특검 무한 연장, 내란재판부 설치, 검찰 해체 주장에 앞장서고 있다. 강성 법사위를 이끄는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김용민 간사는 경기지사, 3대 특검 종합대응특위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은 서울시장, 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광주시장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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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들은 당원 지지도를 흡수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의 국무위원이나, 같은 당 소속 인사와 충돌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중대범죄수사청이 법무부에 속해야 한다고 주장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향해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지난달 25일 법사위에서 특검법 개정안 상정이 미뤄진 걸 두고 “위원장실이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김용민 의원실), “아직 완전히 합의되지 않은 사안에 간사가 언론플레이를 한다”(추미애 의원실) 등 주도권 싸움이 나타나기도 했다. 당직자 출신 의원은 “지방선거 경선에서는 같은 당원들을 놓고 경쟁하다보니 출마자들이 목숨을 걸고 투표 독려를 더 세게 한다”며 “중앙당 선거보다 당원 표를 두고 더 심한 혈투가 벌어진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주요 의사결정에 당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해 의원들끼리 뽑던 국회의장·원내대표 선출에 권리당원 투표를 20%를 합산하기로 당규를 개정했다. 정 대표 지시에 따라 민주당은 10일 최고위원 1명을 평당원으로 선출했다. 민주당의 3선 의원은 “당원들은 이제 지지 후보의 당선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의원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통제하는 데서 효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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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그 부작용은 중도층의 거부감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5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9월 첫째주 조사에서 자신의 정치성향을 ‘중도’라 답한 응답자의 민주당 지지는 39%에 그쳤다. 대선 직후(6월 10~12일) 47%보다 8%포인트 낮다. 허진재 갤럽 이사는 “지난 석 달간 월간 집계에서 중도층의 44%(6월), 45%(7월), 46%(8월)가 견고하게 민주당을 지지했다”며 “9월 들어 40% 아래로 떨어진 건 유의미한 하락세”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기간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중도 응답자의 민주당 지지는 5%포인트 떨어졌다(45%→40%).

전직 의원은 “‘내란 척결’ ‘당원 주권’ 한마디면 비상식적인 결정도 합리화되는 풍토가 당에 자리잡았다”며“전국 선거 본선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지만, 야당 붕괴 때문에 경각심도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민주당에서 3대특검 종합대응특위·정치검찰 조작기소 대응특위·대선불복불법현수막 대응특위 등 각종 ‘대응’ 특위가 연달아 출범한 걸 두고 친명계 일각에서조차 “아직도 야당 같다”는 자조가 나오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 때 그랬듯, 특검 효과를 극대화해 적어도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는 야당 식(式) ‘안티 DNA’로 정국을 끌고 가겠다는 정치적 셈법이 당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통합’ 기조에 엇박자를 내는 여당이 조만간 불협화음을 울릴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 대통령이 “양보”(8일)를 당부한 다음날 정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앞에 두고 “내란”을 26번 외쳤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집권당은 단순히 당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서 나아가 정부의 성공, 의회 정치 복원 같은 담론을 추진해야 한다”며 “지금의 민주당은 당원 여론을 주도하는 강성 유튜버들의 메시지 전환 없이는 당의 외연마저 확장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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