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뭄 재난 상황인데 인터넷 카페에 옹호 댓글 지시한 강릉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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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강원 강릉시청 재난상황실에서 김홍규 강릉시장이 가뭄 대응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잘못된 정보가 인터넷에 퍼져있다." 

극한 가뭄으로 강원 강릉지역에 재난사태까지 선포된 가운데 강릉시장이 가뭄 관련 잘못된 정보가 인터넷에 퍼져있다며 직원들에게 사실상 댓글을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 강릉시민행동은 지난 1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김홍규 시장은 지난 8월 29일 시청에서 여성 공무원 60여명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열고 가뭄 및 물 부족과 관련해 언론과 인터넷에서 잘못된 정보와 비판적인 내용이 많다”며 “이는 시민들을 자극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것으로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강릉시민행동은 “김 시장은 직원들이 허위 내용을 바로잡고 사실을 알리고, 인터넷에 글과 댓글을 올려야 한다”며 “특히 강릉맘까페에 직원들이 직접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아야 한다는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시장 주재 회의 직후 시청 주요 부서의 한 과장이 “요즘 강릉맘까페에서 강릉시 가뭄과 관련 잘못된 정보가 널리 퍼져 시민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시장님 이하 우리 직원들의 가뭄 극복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해 주시기를 바란다. 직원 중 강릉맘까페 가입 직원들이 있으면 정확한 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허위 사실에 대한 댓글도 함께 부탁드린다”는 메시지를 타 부서 과장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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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올행정시스템 내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 [자료 강릉시민행동]

내부망에 익명으로 시장 칭찬 글 올라와 

긴급회의가 열린 시기는 극한 가뭄으로 수도 계량기를 잠그는 본격적인 제한급수가 시행되면서 가뭄에 대한 준비 미흡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을 때였다.

강릉시민행동은 또 8월 30일 강릉시 새올행정시스템의 ‘칭찬합시다’에 ‘김홍규 시장님을 칭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등록되고 이후 100여개의 칭찬 댓글이 달린 내용도 캡처해 함께 공개했다. 새올행정시스템은 행정 내부망으로 공무원만 접속할 수 있다.

강릉시민행동이 공개한 칭찬합시다 글에는 “생각지도 못한 가뭄으로 인해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많은 생각이 듭니다. 왜 강릉 가뭄이 강릉시청 공무원의 무능이고 강릉시장의 무능일까. 가뭄이라는 자연재해를 가지고 이렇게 강릉시장과 강릉시청 공무원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인가. 진정으로 강릉시를 위한 마음이 맞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며 “오히려 밤낮없이 생활용수 확보와 물 절약을 위해서 시민들에게 설명하시고 밤낮없이 뛰어다니시는 우리 김흥규 시장님을 칭찬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현재 강릉시민행동이 올린 게시글에는 “어이가 없네요. 정신 차리세요”, “대책 없이 안일하게 생각하다 시민을 나락으로 떨어뜨려 놓고 직원 위에 군림한다면 자격이 없는 소치다”는 등의 비난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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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강원 강릉시 성산면 오봉저수지를 방문해 김홍규 강릉시장(왼쪽)의 설명을 경청하며 가뭄 대응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확한 정보 재난문자·공식브리핑으로 전달해야 

강릉시민행동은 “가뭄 극복에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중대한 시간에 본인에 대한 부정 여론을 어떻게든 돌려세울 고민을 하고, 공무원들을 동원한 여론몰이 궁리에나 신경을 쓴 것”이라며 “엄밀히 말하면 공무원에게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을 지시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확한 정보는 강릉시 홈페이지와 재난문자, 공식브리핑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으나 강릉시는 지금까지 물 부족과 관련, 심지어 단수 안내 문자 한번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강릉시의 관계자는 “긴급회의가 열렸던 시기에 강릉시가 오봉저수지 물을 방류해 물 부족이 발생했다는 잘못된 정보가 확산하고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한 취지였다”며 “오봉저수지 방류는 지난해 10월 이후 없었고, 관리도 농어촌공사에서 하기 때문에 강릉시에서 방류를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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