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중국의 어둠 파헤치는 ‘금서 작가’…서울에 온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 옌롄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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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국제작가축제 기자간담회에서 옌롄커는 “한국 영화가 아시아 최고라고 알고 있다. 한국 문학도 아시아 최고봉에 서서 우리 아시아 문학을 이끌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어떤 민족이든 암흑기가 있고, 상처가 있다. 나는 암흑기의 상처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한국 작가들이 부럽다.
중국 소설가 옌롄커(67)의 말이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그는 “중국의 어떤 상처는 작가가 직면하기 어렵다”며 “내일 현기영과의 대담에서 상처를 어떻게 직면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옌롄커는 한국문학번역원이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 서울에서 여는 서울국제작가축제(12~17일)에 개막대담 인사로 초청됐다.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석 #12일 소설가 현기영과 대담
중국의 위화·찬쉐와 함께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그의 별명은 금서대사(禁書大師). 중국에서 그의 책이 자꾸만 금서로 지정돼서다. 그만큼 중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날카롭게 다뤄왔다.
옌롄커는 “문학은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것을 보여준다. 작가의 경험은 제한적이지만 써낼 수 있는 진실은 무한정이다. 유한한 진실을 통해 무한한 진실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문학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한다. 한국 문학은 개인에 대해, 특히 약자들에게 굉장히 큰 관심을 기울인다”며 “중국 문학은 약간의 구속을 당한다. 중국에서 작품을 창작하려면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라고도 덧붙였다.

옌롄커 작가의 책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표지( 2019년 개정판) 사진 웅진지식하우스
그는 1978년 인민해방군에 입대, 28년간 복무했다. 제대 직후인 2005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세상에 내보이며 출판·광고·게재·비평·각색 등의 영역이 금지되는 ‘5금(禁) 조치’를 받았다. 문화대혁명(1966~76) 시기 군부대에서 벌어진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 장편은 “마오쩌둥의 혁명 이념과 사회주의를 모욕했다”며 판금 조치를 당했다. 이외에도 출간 후 검열ㆍ수정본으로만 유통되거나 홍콩·대만 등을 통해 발표된 책이 많지만, 줄곧 썼다.
옌롄커는 또 “한국 문화와 한국 문학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뿐 아니라 젊은 작가인 김애란 작가의 소설은 한 권도 빠짐없이 다 읽을 정도”라고 애정을 표했다. 이어 “아시아 문학이 유럽ㆍ남미ㆍ북미 문학처럼 아시아만의 판도를 갖게 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직접 겪은 제주 4ㆍ3 사건을 다룬 『순이 삼촌』의 소설가 현기영(오른쪽). 12일 오후 6시 30분 옌롄커와 대담한다. 연합뉴스
올해로 14회를 맞는 서울국제작가축제의 주제는 ‘보 이 는 것 보 다 ()’. 소설가 현기영(84)은 ‘보이는 것’의 반대편을 조명하는 문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유는 과거사(史)로 이미 ‘보이지 않는 것’이 되어버린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나 제주 4·3 사건을 드러낸 작가의 역할이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금기로 여겨졌던 제주 4·3사건을 단편소설 『순이 삼촌』(1978)을 통해 다뤘다. 옌롄커는 “문학엔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드러난) 진실 아래 가려진 진실이 있고. 진실을 초월하는 진실이 있다”고 공감했다.
소설가 김숨과 한국계 미국 소설가 김주혜의 대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은 그림책 작가 이수지와 프랑스의 그림책 작가 아드리앵 파를랑주의 대담도 마련됐다. 홈페이지(www.siwf.or.kr)와 네이버 예약 페이지로 사전 신청,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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