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리 인하 발목 잡는 부동산…한은 “집값 상승분 26%는 금리 인하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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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값 상승폭의 4분의 1 이상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다음달 기준금리를 낮출지를 두고 '경기 부양'과 '부동산 시장 안정'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이어가고 있다.
한은이 11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금리를 네 차례에 걸쳐 1%포인트 낮췄다. 현 기준금리는 연 2.5%다. 분석결과 올 상반기 중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분의 26% 정도가 금리를 낮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가 떨어지니 빚을 내 집을 사고, 그 결과로 집값을 밀어 올렸다는 의미다. 나머지는 74%는 수급과 정부 규제, 시장 심리 등 다른 요인에서 비롯됐다.
반면 소비·투자 진작 효과는 아직 뚜렷하진 않았다. 한은은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경제 주체들이 소비와 투자를 미루면서 금리 민감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6월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됐고, 금리 인하의 성장 파급 시차가 2∼3분기인 점을 고려할 때 성장 효과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기자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지은 경기동향팀장, 박영환 정책기획부장, 박종우 부총재보, 최창호 통화정책국장, 박충원 정책협력팀장, 유재현 국제기획부장.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당장의 급한 불을 끈 측면이 있지만, 주택시장이 안정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6ㆍ27대책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는 상당 폭 둔화했지만 서울 주요 지역의 집값 상승세는 여전히 높다”며 “지난 7일 내놓은 공급 대책도 얼마나 적기에, 예정대로 시행이 되느냐 등 상황을 지켜보며 판단하겠다”고 했다.
최창호 한은 통화정책국장도 6·27 대책과 관련 "지역 간 전이 효과나 과거 부동산 대책의 학습 효과 등으로 정책 효과가 점차 약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과거에도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주택시장이 몇 개월 정도 둔화 흐름을 보이다 실효성 있는 추가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재차 반등하는 양상이 나타났다는 점을 한은은 근거로 들었다.
실제 이날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이번 주서울 아파트값은 0.09% 올라 지난주(0.08%)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6·27 대출 규제 이후 8월 첫 주 조사(0.14%)를 제외하고는 줄곧 상승폭이 감소 추세였는데 5주 만에 다시 상승폭이 커진 것이다.
다음달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앞두고 한국은행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한은의 이날 보고서나 최근 분석을 보면 한은은 금리 인하의 조건으로 서울 집값과 가계부채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에선 "한은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다고 판단이 돼야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수형 금통위원은 “향후 추가 금리 인하 시기와 폭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성장 흐름과 함께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상황의 안정 여부가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리 동결의 이유로 “한은이 유동성을 과다하게 공급함으로써 집값 인상에 대한 기대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지 않겠다"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조금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동산에 발목 잡혀 있다가는 경기 부양의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리를 낮추면 돈이 돌고, 경기 부양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 한은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금리 인하(1%포인트)가 당장은 아니지만 시차를 두고 향후 1년간 0.27% 포인트 성장률을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정책을 ‘서울 집값’, ‘강남 집값’ 같은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목표로 쓰는 것은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이라며 “한국의 물가상승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추이 등 거시경제 지표를 놓고,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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