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중국 문학은 구속적…한국 작가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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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롄커는 11일 서울국제작가축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문학이 아시아 최고봉에 서서 아시아 문학을 이끌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시스]

“어떤 민족이든 암흑기가 있고, 상처가 있다. 나는 암흑기의 상처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한국 작가들이 부럽다.”

중국 소설가 옌롄커(67)의 말이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그는 “중국의 어떤 상처는 작가가 직면하기 어렵다”며 “내일 현기영과의 대담에서 상처를 어떻게 직면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옌롄커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 서울에서 개막하는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소설가 현기영(84)과 대담한다.

중국의 위화·찬쉐와 함께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그의 별명은 금서대사(禁書大師). 중국에서 그의 책이 자꾸만 금서로 지정돼서다. 그만큼 중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날카롭게 다뤄왔다. 옌롄커는 “문학은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것을 보여준다. 작가의 경험은 제한적이지만 써낼 수 있는 진실은 무한정이다. 유한한 진실을 통해 무한한 진실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문학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한다. 한국 문학은 개인에 대해, 특히 약자들에게 굉장히 큰 관심을 기울인다”며 “중국 문학은 약간의 구속을 당한다. 중국에서 작품을 창작하려면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1978년 인민해방군에 입대, 28년간 복무했다. 제대 직후인 2005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세상에 내보이며 출판·광고·게재·비평·각색 등의 영역이 금지되는 ‘5금(禁) 조치’를 당했다. 이외에도 출간 후 검열·수정본으로만 유통되거나 홍콩·대만 등을 통해 발표된 책이 많지만, 줄곧 썼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뿐 아니라 김애란의 소설은 빠짐없이 다 읽었다”고 한국 문학에 애정을 표한 옌롄커는 “아시아 문학이 유럽·남미·북미 문학처럼 아시아만의 판도를 갖게 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17일까지 이어지는 제14회 서울국제작가축제의 주제는 ‘보 이 는 것 보 다( )’. 소설가 현기영(84)은 ‘보이는 것’의 반대편을 조명하는 문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당시 금기로 여겨졌던 제주 4·3사건을 단편 『순이 삼촌』(1978)으로 다뤘다. 옌롄커는 “문학엔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드러난) 진실 아래 가려진 진실이 있고. 진실을 초월하는 진실이 있다”고 공감했다. 소설가 김숨과 김주혜의 대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은 그림책 작가 이수지와 프랑스의 아드리앵 파를랑주의 대담도 마련됐다. 홈페이지(www.siwf.or.kr)와 네이버 예약 페이지로 사전 신청,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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