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의 입’ 커크, 대학교서 토론 중 저격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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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청년 논객 찰리 커크가 10일 미 유타주 유타밸리 대학교 야외 행사장에서 피격 직전 즉문즉답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학가를 돌며 ‘즉문즉설’로 20대 청년 남성들을 보수로 이끌던 찰리 커크(32)가 총격으로 숨졌다. 특별한 직책 없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전도사를 자처하던 청년 논객의 죽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전설, 찰리 커크가 죽었다”며 조기게양을 명령했다.

피습 사건은 10일(현지시간) 낮 12시 20분쯤 미 유타주의 유타밸리 대학교 야외 행사장에서 일어났다. 커크는 연단의 탁자에 앉아 ‘내가 틀렸음을 증명하라(Prove me wrong)’는 즉문즉답 토론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 질문자가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트랜스젠더 총기 난사범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커크가 “너무 많다. 총기 사고 중 조직폭력배가 저지른 사건도 포함 되나?”라고 답한 직후, 그는 갑자기 목을 잡고 옆으로 쓰러졌다. 비명소리가 가득 차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연방수사국(FBI)은 암살범이 약 140m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커크를 저격했다고 보고,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한 목격자는 “총기 난사에 대한 질문자의 질문이 (총격의) 신호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 이념을 청년들에게 설파하던 ‘싸움닭’이었다. 2012년 비영리단체 ‘터닝포인트 USA’를 설립해 미 850개의 대학에 지부를 설치하는 한편, 팟캐스트 ‘찰리 커크쇼’와 7200만 팔로워의 틱톡 등 뉴미디어로 보수 이념을 전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젊은 남성 유권자들에게 커크는 정치 개혁의 표상이었다”며 “커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우파로 전향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커크에겐 마가의 어두운 면이 함께했다. 2021년 흑인 인권 운동인 ‘BLM(Black Lives Matter)’을 “쓰레기”라고 비난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한 2020년 대선이 끝나자 대선 불복 운동을 주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커크를 “특별한 메신저”라고 아꼈다. 커크를 수시로 백악관으로 불러 인사와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커크 역시 J D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추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잔혹한 정치적 폭력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찾아내겠다”고 했다.

커크의 죽음은 미 사회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은 ‘정치 테러’의 한 모습이다. “소셜 미디어에선 정치적 암살이 더 이상 금기시되지 않는다. 정치인에 대한 폭력도 찬양한다”(뉴스위크)고 주류 언론은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실제로 또 다른 균열을 낳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엑스(X)에 “좌파는 살인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진보 성향의 방송에 출연한 한 정치 평론가는 “커크는 분열을 조장해왔다”며 죽음의 책임을 커크 본인에게 돌렸다가 패널에서 해고됐다. 미 하원에선 커크를 추모하는 기도를 하자는 공화당 의원들의 제안을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하며 소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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