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암 부르는 CT 1년에 130번 찍었다…이런 환자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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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건수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서 문턱은 낮아졌지만, 환자들의 방사선 노출은 관리망 밖에 놓이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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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검사 장치 [중앙포토]

11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국민건강보험공단 ‘CT 이용·과다촬영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CT 촬영 인원은 최근 5년(2020~2024년) 사이 591만 명에서 754만 명으로 2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촬영 건수는 1105만 건에서 1474만 건으로 33.3% 급증했다. 연령별로는 10대의 CT 촬영 인원이 62.9% 늘어나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의 CT 촬영 건수는 인구 1000명당 303.4건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OECD 평균(167.8건) 두배 수준이고, 2위인 미국(254.5건)과도 격차가 크다.

환자에 대한 의료용 방사선 노출량은 별도 한도가 없지만, 대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한의 선량으로 촬영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건강을 위해 시행한 CT 촬영이 오히려 암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다.

지난 4월 미국 의학협회저널(JAMA Internal Medicine)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전체 암의 5%가 CT 검사에서 비롯된다. 특히 영유아에게 가장 위험하고, 어린이와 청소년 순으로 위험도가 높게 나타났다. 체구가 작을수록 동일 선량에도 장기 흡수량이 많고 세포 분열도 활발해 방사선에 더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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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건보 분석에 따르면 과잉 검사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간암 환자 A씨는 지난해 병원 한 곳에서 130회 CT를 촬영했다. 사흘에 한 번꼴로 CT를 촬영했다는 얘기다. A씨를 포함해 최근 5년간 연간 52회(주 1회) 이상 CT를 찍은 환자가 312명에 달했다. 여러 병원을 돌며 쇼핑하듯 CT를 촬영한 환자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반복적으로 CT를 찍어 연간 방사선량이 위험 수준인 100mSv를 초과한 환자가 2020년 3만4931명에서 지난해 4만8071명으로 37.6% 늘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방어적으로 검사 처방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보호자가 CT를 찍어달라고 하면 거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의료계 구조적 문제도 과잉 검사를 부르는 요인이다. 외과수술 수가의 원가보전율은 81.5%인데 반해 영상검사는 117.3%에 달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수술보다 영상촬영이 수익성이 높다 보니 의료진에게 검사를 부추기기 쉽다. 2020년 2월 모든 질환으로 CT 건보 급여 대상이 확대되면서 기름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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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전문가들은 의료방사선 노출에 대한 환자 보호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어홍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검사할 때마다 환자에게 방사선 피폭 정도를 알리고, 꼭 필요한 검사만 하도록 관리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라며 “특히 성장기에 있는 소아·청소년 환자는 더욱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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