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태풍 매미' 참사에 딸 영혼결혼식…"22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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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마산(현 경남 창원)의 태풍 매미 희생자 유가족들이 올해부터 공식 추모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2003년 9월 12일 태풍 매미 때 마산에서만 18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가 발생한 지 22년 만이다. 그간 유족들은 태풍 매미로 홍역을 치른 마산 시민과 함께 매년 추도식을 열어 ‘참사 재발 방지’ 목소리는 내는 한편, 지역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전달해왔다.

2022년 9월 12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태풍 매미 추모공원에서 열린 '태풍 매미 희생자 19주기 추모제' 모습. 사진 창원시
태풍 ‘매미’ 희생자 유족 “가족과 조용히 추모”
마산 태풍 매미 희생자 유족 측은 12일 “올해부터는 공식 추도식을 더는 이어가지 않기로 했다”며 “앞으로 (유족) 각자가 9월 12일을 맞아 조용히 추모의 시간을 가지며 그날의 아픔과 교훈을 되새기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22년간 마산시와 지역사회 그리고 여러 민간단체의 따뜻한 지원과 관심 속에 추도식과 장학사업이 이어지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릴 수 있었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간 유가족 모임을 이끈 서의호(73)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부총장(전 포항공과대학 교수)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세월 많이 흘러 유족들도 연로하고, 이젠 각자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조용히 추모하며 아픔 달래려 한다”고 했다. 서 교수는 “끔찍한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 차원에서 추도식을 이어 왔다”며 “이젠 마산에 차수벽 등이 생기면서 태풍이 와도 불안감이 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간 노력이 소기의 성과도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2003년 9월 13일 경남 마산시(현 창원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전날 밤 몰아친 태풍 `매미' 영향으로 침수됐다. 뉴시스
“안전 강조한 소기 성과 있어”…거대 성벽 생긴 마산만
정부는 창원 마산만 일대에 5만8000㎡의 땅을 매립, 1.25㎞ 길이의 방재언덕(차수벽 포함)을 설치했다. 2018년 준공된 방재언덕은 길이만 1.25㎞로, 높이 6m 해일도 견디게 설계했다. 태풍 매미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태풍 매미가 내습할 당시 남해안 만조 시각과 겹치면서 최대 4.39m 높이 폭풍 해일이 발생, 마산어시장과 해안가 저지대가 쑥대밭이 됐기 때문이다.
마산 주민들도 강한 태풍이 예고되면 평소보다 분주해진다. 물막이용 모래주머니를 쌓고, 창고 물품과 지하주차장에 주차한 차를 고지대로 옮긴다. 매미 때 건물 지하가 침수돼 한 건물에서만 8명이 목숨을 잃은 악몽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다.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자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항배수펌프장에서 시민이 모래주머니를 제작하거나 챙기고 있다. 마산합포구는 2003년 태풍 '매미' 당시 큰 피해를 본 지역이다. 연합뉴스
“20년간 미친 듯이 살아…지금도 생각나 눈물”
공식 추도식을 멈추기로 한 서 교수는 지난 22년의 세월을 두고 “한순간에 자녀를 잃은 부모 마음은 말로 못한다. 미친 듯이 살았다”고 했다. 서 교수는 태풍 매미 때 첫째 딸인 영은(당시 23세)씨와 사위인 정시현(당시 28세)씨를 잃었다. 둘은 이듬해 봄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로, 양가는 참사 이후 두 자녀의 영혼결혼식도 치렀다.
서 교수는 “지금도 혼자 있으면 울컥울컥 울음이 나 혼자 울기도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남들이 잠든 새벽, 딸 생각에 잠에서 깨면 집을 나선다. 그러곤 무작정 달리거나, 홀로 테니스 벽치기를 하며 슬픈 감정을 떨쳐낸다고 한다.
서 교수는 “미국에서 중학교까지 다녀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잘했다. 영문과를 나와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리겠다’며 포부도 컸던 아이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 교수는 작가를 꿈꾸던 딸이 생전 쓴 글을 모아 『서영은, 봄이 오는 첫 장』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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