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韓 서명 안하면 25% 관세"…근로자 풀어주자마자 &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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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인 근로자들을 석방하자마자 한국을 향한 무역협상 압박을 재개했다. 관세 협상을 통해 합의한 3500억 달러(약 486조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를 미국의 입맛대로 해야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기존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압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펜타곤에서 열린 미국 9.11 테러 24주년 기념식에서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또 미국에 투자한 공장 건설에 투입됐던 한국인 근로자 317명이 무차별적으로 검거돼 7일간 구금된 사태에 대해서도 “책임은 전적으로 현대차에 있다”며 한국측에 책임을 돌렸다.
“합의 수용하지 않으면 25% 관세”
미국의 무역 정책을 주도하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 및 무역협정에 대해 말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플로어에서 CNBC와 인터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한국은 (이재명) 대통령이 (워싱턴에) 왔을 때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았다”며 “그가 백악관에 왔을 때 무역에 관해 논의하지 않은 것은 (합의) 문서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어 “나는 그들(한국)이 지금 일본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은 계약서에 서명했고, 그래서 (한국에 대해서도) 유연함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명확하다. 한국은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미는 지난 7월 30일 관세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 한국이 3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25%인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내용이다. 그러나 미국이 투자 패키지 구성과 투자 방식, 이익 배분 등을 놓고 일방적 요구를 하면서 최종 서명을 하지 않은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 야구 경기에 참석해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은 돈 보내고 美가 90% 수익 가져가”
러트닉 장관은 협정에 서명한 일본이 5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송유관 건설을 예를 들며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하면 일본은 돈을 보내고 (미국) 인력을 고용해 파이프라인을 짓는다”며 “일본이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미·일이 50대 50으로 수익을 나누고, 이후엔 미국이 90%를 가져간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오른쪽)이 발언하는 동안 피트 헤그셋 국방부 장관(가운데)과 함께 경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실상 한국도 일본이 합의한 것과 동일한 방식의 투자 방식에 동의하라는 의미다.
러트닉 장관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앞으로 미국에서 10조 달러(약 1경 3900조원) 이상 규모의 공장 건설이 진행될 것”이라며 “미국의 건설 부문 일자리가 내년 1분기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내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를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트닉 장관은 다만 한국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사례에서 확인된 미국내 전문 인력 부족 상황과 관련 “우리는 직업학교, 커뮤니티 칼리지가 필요하고, 주립대들도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하버드대학에도 “하버드가 트럼프와 합의한다면 하버드에 직업학교를 짓게할 것”이라고 했다.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뉴욕 양키스 스타디움 방문에 앞서 경기장 곳곳에는 저격수가 배치됐다. 연합뉴스
“韓근로자 구금 사태는 전적으로 현대 탓”
러트닉 장관은 한국인 근로자 단속 사태로 불거진 외국의 전문 인력 비자 문제에 대해 “트럼프는 위대한 공장을 건설하려면 그 공장을 지어본 사람들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현행 비자 제도와 미국내 인력 수급의 한계와 관련한 문제점을 일부 인정했다.

이민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서 나오며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와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도 “이번 단속의 책임은 전적으로 현대차에 있다”고 모든 책임을 한국측에 떠넘겼다. 그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 측에 전화해 ‘제발 좀 그만하라. 제대로 된 비자를 받으라. 비자 발급에 문제가 생기면 내게 연락하라.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전화하겠다’고 말해왔다”며 그럼에도 “현대차가 근로자들을 관광 비자를 통해 입국시켰다”고 주장했다.
ESTA(전자여행허가제)나 단기 상용비자(B-1) 등으로 근로자를 입국시켜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사전 경고를 해왔다는 주장이다. 러트닉 장관은 이어 “트럼프 정부는 적법한 절차를 요구한다”며 “이민을 원하거나 근로자를 데려오고 싶다면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규정을 회피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 “이익 되지 않는 사인 왜 하는가”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측의 협상 합의 압박에 대해 “이익이 되지 않는 사인을 왜 하는가”라고 말했다. 특히 “협상의 표면에 드러난 것들은 거칠고, 과격하고, 과하고,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이다”이라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표현을 들어 미국의 협상 방식을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최소한 합리적인 사인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협상안에 대한 최종)사인을 못 했다고 비난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러트닉 장관이 책임을 떠넘긴 한국인 근로자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는 대미 투자와 관계된 비자 발급을 정상적으로 운영해 달라거나, 새로운 유형(비자)을 만들어 달라는 (재계 요구와 관련해) 협상을 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상태라면 미국 현지 직접 투자는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매우 망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러트닉 장관을 인터뷰한 악시오스 역시 “외국인 전문직을 위한 H-1B 비자는 할당된 정원보다 수십만 명 더 많은 지원자가 몰려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며 “상무장관에게 전화했더라도 어떻게 충분한 양의 적절한 비자를 얻을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민단속으로 체포됐던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 도착해 대한항공 전세기에 탑승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출국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뉴욕을 방문한 러트닉 장관을 직접 찾아가 후속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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