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권위에 대한 복종이 낳는 침묵...사회적 비위의 '공범' 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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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공범이 되는가
맥스 베이저먼 지음
연아람 옮김
민음사
“사회에 해악을 미치는 사람들은 언제나 공범이 되어 주는 평범한 사람들이 필요하다.” 행동경제학ㆍ윤리학 등을 전공한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섬뜩한 전제를 꺼내 든다.
그에 따르면 2004년 마약류 오피오이드 중독 사태를 일으킨 제약사 퍼듀 파마의 뒤에는 판매 전략을 조언한 컨설팅 회사 매킨지가 있었다. 과다 처방한 의사들, 이를 묵인한 약국과 병원ㆍ유통업체들도 사태를 키웠다. ‘미투 운동’을 촉발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범죄를 방관한 영화계, 미국 체조 국가대표팀 주치의의 성폭력에 눈감은 체육 단체들을 두고 가해자만 손가락질할 수 있나. 특권은 불공정을, 권위에 대한 복종은 침묵을 낳는다. 타인에 대한 신뢰는 때로는 의도하지 않은 공모라는 양면성을 갖는다. 저자는 어떻게 일상 곳곳에 도사린 비위에 가담하지 않을 수 있을지, 구체적 사례와 함께 방법을 제시한다.
책을 읽는 내내 묻게 된다. 회사에서, 가정에서 우리가 누리는 보통의 일상이 환경 파괴든 간접 폭력이든 누군가에게 해악으로 더해졌을까. 나는 공범이 아니라고 할 수 있나. 특히 초유의 계엄 사태를 계기로 누가 ‘내란 공범’이냐를 묻고 있는 작금의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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