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너는 참 좋겠다”...질투나던 친구에게 온 연락 “안락사에 동행해 줘”

본문

17576604835227.jpg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밝고 당당하며 솔직한 아이 은중은 완벽해보이는 상연이 부럽다. 사진 넷플릭스

열한살 은중은 텔레비전, 옷장, 식탁, 이불이 한 데 모인 반지하 방에 산다. 아빠 없이 자란 은중은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지만, 새집 청소를 하며 서울우유 판촉하는 엄마를 따라다니다 보면 소위 ‘잘 사는 집’ 아이들이 부럽다.

17576604837996.jpg

상연은 부족할 것 없이 자란 아이지만, 자신은 절대 가질 수 없는 것들을 타고난 아이 은중을 부러워한다. 사진 넷플릭스

열한살 상연은 은중이 바라는 그 집, ‘화장실 두 개 있는 번듯한 아파트’에 산다. 엄마와 아빠, 오빠까지 둔 상연은 남 부럽지 않은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마음 붙일 가족은 없다. 전교 1등이자 반장인 상연은 친구도 마땅히 없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같은 반 은중이 부럽다.

“너는 참 좋겠다.” 은중과 상연은 서로에게 이런 마음을 먹는다. 같은 학교에 다닌 10대 때부터 같은 대학 동아리에서 만난 20대, 일로 엮인 30대와 골이 깊어진 40대까지. 둘은 우연한 계기로 가까워지고 또 멀어지는 사이가 된다.

17576604841636.jpg

'은중과 상연'의 천상연(왼쪽)역의 아역은 박서경(15) 배우가, 류은중 역의 아역은 도영서(14) 배우가 맡았다. 사진 넷플릭스

관계는 부러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질투로 번지고, 동경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우정’이란 단어로 수식하기엔 너무 복잡한 사이다. 오랜 기간 알고 지냈으나 삶의 궤적과 가치가 달라 서로를 제대로 알 길이 도무지 없다. 누구나 공감할 법한 인간관계의 변화. 12일 전체 15부작으로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이 다루는 이야기다.

1990년대 시작되는 이야기는 아역 이후부터 김고은(33)이 류은중을, 박지현(30)이 천상연을 연기한다. 천만 관객을 모은 영화 ‘파묘’(2024)에서 스니커즈를 신은 젊은 무당을 연기하고,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2024)에서 게이 친구를 둔 자유로운 영혼 구재희가 됐던 김고은은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2022) 이후 처음 시리즈를 선보인다.

김고은은 5일 제작발표회에서 “처음에는 '너무 잔잔한가?'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 깊이와 서사가 쌓이는 과정이 마음을 참 많이 움직였다”고 출연 배경을 밝혔다.

17576604844688.jpg

배우 김고은(왼쪽)이 5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오른쪽은 박지현 배우. 뉴스1

‘브람스를 좋아하세요?’(2020)에서 클래식 학도 이정경을 연기하고 ‘유미와 세포들’(2021), ‘재벌집 막내아들’(2022) 등에서 조연으로 활약한 박지현은 ‘유미와 세포들’ 이후 처음으로 김고은과 한 작품에서 만난다.

그는 넷플릭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연령대와 시절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보이는 것에 있어서 차이를 주려고 노력했다. 헤어나 스타일링뿐 아니라 연기적으로도 톤을 조금씩 다르게 하려고 연구했다”고 전했다.

17576604849765.jpg

'은중과 상연'의 연출을 맡은 조영민 감독. 그는 넷플릭스를 통해 "이전 작품들이 대부분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엔 우정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뉴스1

클래식 음악 학도들의 꿈과 사랑, 우정을 그린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젊은 은행원들의 현실적인 사내연애를 그린 드라마 ‘사랑의 이해’(2022~2023)를 연출한 조영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감독은 넷플릭스를 통해 “남녀 사이보다 친구 사이의 감정이 더 복잡하고 미세하다고 느꼈다”며 “복잡한 내면을 보여줄 행동과 장면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은중과 상연’에서도 그는 지극히 한국적이며 현실에 맞닿아있는 우정의 면면을 보여준다. “한국의 특수성을 가진 이야기들이 많지만 두 친구의 관계와 감정은 국적을 넘어선 보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조영민)

시간이 지나며 각각 드라마 작가(류은중), 영화 제작자(천상연)로 재회한 이들은 10년 만에 은중을 찾은 상연의 연락으로 ‘조력 사망’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40대가 된 상연이 은중에게 “안락사하러 가는 길에 함께 해달라”고 말하면서다.

감독은 “작품의 키워드는 ‘동행’”이라며 “두 친구의 삶을 따라가는 것도 동행이고, 마지막에 은중이 상연과 함께 하는 것도 동행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고은은 제작발표회에서 이 과정을 설명하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한 사람을 보내줘야 할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가장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4,665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