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SK하이닉스 'HBM4 세계 최초 양산 체제'...HBM4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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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6세대인 HBM4 개발을 완료하고, 세계 최초로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고 12일 밝혔다. 인공지능(AI) 메모리의 대명사인 HBM의 차세대 전쟁이 본격화됐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메모리 반도체로,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부착되며 인공지능(AI) 가속 연산의 필수품으로 꼽힌다. 엔비디아는 내년 출시하는 신제품 가속기 루빈에 HBM4을 탑재할 계획이다.
① 수성의 SK하이닉스, 도전하는 삼성
HBM에서는 SK하이닉스가 ‘수성’, 삼성전자가 ‘공성’의 입장이다. 올해 들어 D램 점유율에서 SK하이닉스(36.9%)가 삼성전자(33.3%)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른 것도 D램 기반의 고부가 메모리인 HBM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 개발을 완료했다. 사진 SK하이닉스
HBM 구매의 큰 손은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엔비디아이며,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HBM 주 공급사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엔비디아에서만 10조8906억원 매출을 올렸고, 이는 회사 매출의 27.3%(연결 기준)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협의를 주고받으며 HBM4를 개발했고, 현재 다양한 고객사와 인증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메모리 3대 업체가 모두 ‘엔비디아 HBM4 공급망 진입’에 전력하는 상황이다. 미국 마이크론도 SK하이닉스(3월)에 이어 지난 6월 고객사에 HBM4 샘플을 보냈고,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말 2분기 실적발표에서 “고객사에 HBM4 샘플을 이미 발송했다”(박순철 CFO)고 밝혔다.
② 신기술의 삼성전자 vs 안정성의 SK하이닉스
AI 데이터센터에서 요구하는 메모리 용량·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HBM 개발·제조 난이도도 높아지고 있다. HBM4의 데이터 전송 통로(I/O)는 이전 세대의 2배인 2048개로 늘어났고, D램을 쌓는 층수도 늘어난다.
이에 따라 HBM4부터 완전히 새로운 패키징 방식인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할 가능성이 언급됐으나, SK하이닉스는 HBM4에 기존 방식을 개선 ‘어드밴스드 MR-MUF’ 방식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MR-MUF는 D램을 위로 쌓아 올릴 때 사이에 액체 보호재를 주입해 굳히는 방식으로, 열을 효과적으로 방출하고 칩의 휨 현상을 제어하는 등 SK하이닉스 HBM의 성능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알려져 있다.
또한, SK하이닉스는 HBM4를 10나노미터(㎚, 10억분의 1미터)급 5세대(1b) D램 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그보다 더 미세한 공정인 1c D램으로 HBM4를 개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세 공정 D램을 사용할수록 속도 등 성능이 좋아진다.
SK하이닉스는 MR-MUF 방식과 1b D램을 적용한 이유로 “안정성이 검증된 기술”, “양산 과정의 리스크(불안 요소) 최소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HBM4의 동작 속도는 10Gbps(초당 10기가비트) 이상으로,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지정한 표준 동작 속도(8Gbps)를 상회한다”고 강조했다.
1위 SK하이닉스는 안정적 성능·양산을 중시해 HBM4에 기존 방식을 적용했고, 도전자인 삼성전자는 판을 뒤집기 위해 신기술을 적용하는 모양새다.

한미반도체가 지난 7월 생산을 시작한 'HBM4'의 제조 장비인 'TC 본더 4'. 사진 한미반도체
장비업계도 마찬가지다. HBM 본딩 장비 1위인 한미반도체는 최근 ‘2027년 말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 출시’ 계획을 밝히면서도, 현재 대만에서 진행 중인 전시회 세미콘에는 기존 장비 TC본더 신제품을 선보였다. 반면, HBM 장비 후발주자인 한화세미텍은 내년 초 하이브리드 본더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③ 중국의 치열한 추격
메모리 3사 이외에 중국의 HBM 추격도 숨가쁘다. 한 반도체 장비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HBM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을 가장 자세히 알고 있는 건 중국 창신메모리(CXMT)”라고 말했다.
지난주 중국 장쑤성우시에서 열린 반도체 장비 전시회 ‘제13회반도체설비연례회의(CSEAC 2025)’에서도 중국의 HBM 추격 열기는 뜨거웠다. 전시회 기간 열린 각종 세미나마다 HBM과 3D(차원) D램이 강조됐고, 강당 밖 기업 전시관에는 HBM용 TC-본더 장비가 배치돼 있었다. 업계에서는 중국과 한국의 첨단 D램 메모리 격차를 불과 2~3년 정도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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