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머니 가장 먼저 생각, 집밥 먹고 싶다"…美 구금 근로자들, 가족 품으로

본문

1757665218492.jpg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다가 석방된 한국인 근로자가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스1

여보! 아빠!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구금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12일 오후 귀국했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내린 이들은 대부분 별다른 짐 없이, 티셔츠 차림으로 줄줄이 입국장을 통과했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채 작업복 차림을 한 근로자, 머리를 감지 못한 듯 모자와 마스크를 쓴 근로자도 여럿이었다. 근로자들은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州)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LG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구금된 지 8일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이들 근로자는 입국장을 빠져나온 뒤 미리 마련된 버스 12대를 나눠 타고 가족·동료가 기다리고 있는 공항 장기주차장으로 이동했다. 가족과 만난 근로자 일행은 각각 LG엔솔 측이 준비한 차량을 타고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갔다.

장기주차장 3층에 마련된 대기 장소에서 있던 가족·동료는 각자 기다리는 근로자의 이름을 쓴 팻말과 환영 문구를 적은 머리띠 등을 쓴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오후 3시23분쯤 근로자를 태운 대한항공 전세기가 인천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는 소식이 들려옴과 동시에 가족들은 근로자와 통화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LG엔솔 협력업체 직원 류모씨 아내 A씨는 기르는 강아지 이름이 적힌 큰 팻말을 세워 놓고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A씨는 “남편이 어제 출발 전에 사진을 하나 보냈는데 10년은 더 늙어 보여 못 알아볼 정도였다”며 걱정했다.

근로자들이 가족 대기 장소인 3층으로 올라오자 기다리던 환영 인파는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반가운 얼굴을 보자마자 “여보” “아빠”라고 외치며 달려가 부둥켜안는 가족이 줄을 이었다.

이날 입국한 전상혁(56)씨 모친은 아들을 보자마자 “세상에 살이 많이 빠졌다”며 꽉 껴안았다. 전씨는 “미국에서 범죄자처럼 손발에 수갑을 찼던 것이 제일 힘들었다”며 “70명이 한 방에서 지냈는데, 화장실도 열린 공간이었다”고 전했다.

충남 천안이 집인 설비 엔지니어 장영선(43)씨는 “구금됐을 때 어머니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며 “집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장씨는 특히 “앞으로 일이 계속 있어서 비자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4,669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