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관세협상 교착상태 핵심 이유…美 "韓, 3500억 달러 현금 내라"
-
7회 연결
본문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춘천 강원창작개발센터에서 ‘강원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있다. 202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미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핵심 이유가 “한국의 3500억 달러(약 486조원) 대미 투자는 현금으로 투자해야 하고, 그 수익은 원금 회수 이후 시점부터 미국 측이 90%를 가져가겠다”는 조건 때문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일본과 유사한 조건의 대미 투자 수익 회수 방식을 관세 협상 타결 과정에서 한국에 요구하고 있다”며 “이 지점이 협상을 타결하기에 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는 지난 7월 30일(미국 현지시간) 관세 협상을 큰 틀에서 마무리했지만 이후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문제 등 각론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양국의 이견이 가장 첨예한 부분은 투자 방식과 수익 배분 비율이다. 여권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미국 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고, 여기에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넣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금과 같은 직접 투자 방식이 아닌 보증이나 대출 형식의 투자를 원하는 한국 정부 측과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미국 측은 3500억 달러 투자에 따른 수익 배분 방식도 ▶투자 원금이 회수되기 전까진 10%를 미국이, 90%를 한국이 각각 가져가되 ▶원금 회수 이후부턴 미국이 90%, 한국이 10%를 각각 가져가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 일본의 협상 결과와 비교하면, 원금 회수 이전까진 한국이 나은 조건이지만 원금 회수 이후 ‘1대 9’란 악조건은 한국과 일본이 동일하다. 지난 4일 미·일이 작성한 무역 합의문에 따르면 일본이 출연한 원금을 회수할 때까지는 미국과 일본이 이익을 50%씩 분배하지만, 원금 회수 이후에는 미국이 90%, 일본이 10%를 각각 갖는 조건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현재 한국에 요구하는 조건은) 일본과 유사한 조건이지만 기축통화국인 일본과 한국의 상황엔 큰 차이가 있어 수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이 제시한 투자 규모인 3500억 달러는 8월 말 기준 한국 외환보유액(4162억9000만 달러)의 84.1%에 이른다. 반면 일본의 투자 규모 5500억 달러는 일본의 외환보유액 1조3200억 달러의 41.6%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9일 “(미국이 한국에 제시한) 그 문안을 보면 우리 국민 중에 누가 그 문안 그대로 사인해야 된다고 생각하시겠느냐”며 “우린 절대 그런 문안대로 사인할 수 없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한·미 협상과 관련해 “분명한 건 저는 어떤 이면 합의도 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관세 협상에 최종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익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인을 왜 하는 것이냐”며 “최대한 합리적인 사인을 하도록 해야 한다. 사인 못 했다고 비난하지 말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 발언 이후에 러트닉은 일본이 대미 관세 협상 문서에 서명한 것을 거론하며 “유연함은 없다”며 “선택지는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