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국, 미국 반도체 관련 반덤핑·반차별 조사...격화되는 세계 칩 패권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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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왼쪽)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지난 6월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미국산 아날로그 칩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이 중국산 반도체에 차별적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도 조사하기로 했다. 오는 14일(현지시간) 스페인에서 열릴 4차 무역협상을 앞두고 미·중 간 샅바 싸움이 한층 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中, 美 아날로그 칩에 반덤핑 조사 시작
중국 상무부는 13일 홈페이지에 “지난 7월 23일 장쑤성 반도체산업협회가 국내 아날로그 칩 업계를 대표해 정식으로 제출한 반덤핑 조사 신청을 접수했다”며 “예비검토 결과 13일부터 미국산 수입 아날로그 칩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게재했다.
조사 대상은 40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 이상 공정의 범용 인터페이스 칩과 게이트 드라이버 칩이다. 아날로그 칩은 소리나 전압 등의 연속적인 신호를 처리하거나 제어하는 반도체로 스마트폰·디스플레이·자동차 등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 사용된다. 상무부는 2022~2024년 중국의 미국 아날로그 반도체 수입량은 37% 늘었지만 가격은 52% 하락했다며 덤핑 혐의가 있다고 봤다.
상무부는 이날 별도 공고문을 통해 미국이 자국산 집적회로(IC) 제품, 즉 반도체에 취한 조치에 ‘차별적 요소’가 없었는지도 함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2018년부터 통상법 301조에 따라 중국산 반도체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부과할 예정인 점, 2022년부터 중국에 IC 관련 제품 및 제조 장비 수출을 제한한 점, 올해 5월 화웨이의 인공지능(AI)칩 사용을 제한한 점 등을 언급했다.
14일 무역회담 앞두고 미·중 힘겨루기↑

김영옥 기자
중국의 이번 조치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 23곳을 수출 규제 명단에 추가한 직후 나왔다. 23곳 중에는 GMC(지무시) 반도체와 지춘 반도체가 포함됐는데 이들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SMIC가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는 이유로 제재 명단에 올랐다.
업계에선 이같은 움직임을 오는 14일 스페인에서 열릴 양국 경제무역회담을 앞두고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양국은 세 차례의 관세 협상을 통해 서로 100% 넘게 부과하던 관세를 각각 115%포인트씩 낮추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10일까지 미국의 대중 관세율은 30%, 중국의 대미 관세율은 10%가 됐다.
세계 1·2위 아날로그 칩 기업 모두 미국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 기업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글로벌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 1·2위는 미국 기업인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와 아나로그디바이스(ADI)가 차지하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전 세계 아날로그 칩 수요의 절반 이상이 중국”이라며 “특히 중국이 자립화에 속도를 내면 미국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에도 부정적인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아날로그 반도체는 '주력 제품'은 아니지만, 국내 일부 중견 기업들이 해당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시장의 자유 경쟁 질서가 흔들리면서 물량이 줄면 결국 한국에도 득 될 게 없다”고 말했다. 국내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이 당장 흔들리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중국이 파생 상품을 포함해서 어느 정도 수준까지 들여다볼 건지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상황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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