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인 구하다 숨진 해경, 마지막 무전…"물 차오른다, 추가 인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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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조끼 벗어주는 이재석 경장. 사진 인천해경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혼자서 구하다가 숨진 해양경찰관 이재석(34) 경사가 사고 전 파출소에 추가 인원 투입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무전 녹취 기록에 따르면, 이 경사는 지난 11일 새벽 드론 순찰 업체의 신고를 받고 혼자 현장에 출동했다.

이 경사는 오전 2시 16분 파출소에 "꽃섬에 혼자 있는 요구조자가 상의를 탈의하고 있다"며 "아예 주저앉아서, 직접 가서 이탈시켜야 할 거 같다"고 첫 무전을 했다.

이어 2시 42분에는 "현재 요구조자 확인. 입수해서 들어가야 할 거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수심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수심이 좀 있어 보이는데요"라고 답했다. 추가 인원 투입이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물이 차올라서 조금 필요할 거 같긴 하다"면서도 "일단 제가 한번 들어가 보겠다"고 했다.

이에 담당 팀장은 "서(인천해경서)에다 보고하고 (자는) ○○을 깨워서 같이 상황 대응을 하자.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다. 하지만 '일단 요구조자를 만나러 이동하겠다'는 이 경사의 말에 별다른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 경사는 2시 56분에 "요구조자는 발이 베어 거동이 안 된다고 해서 구명조끼를 벗어드려서 이탈시키도록 하겠다"며 "물은 허리 정도까지 차고 있다"고 전했다. 이때도 추가 인원은 현장에 투입되지 않았다.

이후 17분간 별다른 무전이 없었고, 오전 3시 14분에야 파출소는 고인의 이름을 부르면서 "통화 가능하면, 교신 가능하면 아무 때나 연락해봐"라고 무전했다.

다른 영흥파출소 직원들은 당일 오전 3시 9분쯤 "물이 많이 차 있다"는 드론업체의 지원인력 요청을 받고 현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바다에서 실종된 이 경사는 오전 9시 41분쯤 옹진군 영흥면 꽃섬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해양경찰청 훈령인 '파출소 및 출장소 운영 규칙'에는 "순찰차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2명 이상 탑승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만, 당시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영흥파출소 근무자는 모두 6명이었는데, 이 중 4명은 휴게시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양경찰청은 "관련 의혹과 의문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 6명으로 어제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며 "향후 2주간 활동하는 조사단이 관련 의혹에 한 점 의문이 없이 명명백백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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