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조지아 사태’로 꼬인 통상협상…대통령실 “영점 맞추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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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 협상 세부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이날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 내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와 미국의 통상 합의 압박 등 한·미 간 악재가 돌출하는 가운데 정부는 대미 협상에서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는 원칙을 이어가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한·미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4일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 대해 “가장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서로 조건을 변경해 가며 영점을 맞추려는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오전 귀국길에 “양자 간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만 말해 접점을 찾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미국은 지난 7월 한국차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내리는 대신 한국이 투자를 약속한 3500억 달러와 관련, 미·일 합의에 준하는 요구를 하고 있다. 미·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정한 투자처에 45일 내에 일본이 자금을 대고 ▶일본이 투자금 5500억 달러를 회수할 때까지는 수익을 50대50으로 배분하되 ▶이후에는 90%를 미국이 갖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는 투자액 대부분을 보증·대출·보조금 등으로 쓰기를 원하는 한국 입장과는 간극이 큰 불리한 구조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 외환시장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3500억 달러는 지난달 기준 외환보유액 4200억 달러의 83.3%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정부는 한·미 간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도 협상 카드 중 하나로 내걸었다. 대미 투자펀드 조성 과정에서 외환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통화스와프는 유사시 자국 화폐를 상대국에 맡기고 미리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2021년 종료된 바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협상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비기축통화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이민당국이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을 구금한 게 양국 간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석방된 316명은 12일 귀국했지만 구금 과정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처우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 참사라는 비판과 미국에 대한 반감이 동시에 표출되는 가운데 정부가 통상 협상을 타결할 유인은 더욱 줄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란 동맹국을 향한 일종의 분노와 허탈감이 우리 국민 사이에 생겼다. 협상 과정에서 그걸 무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달 말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 이 대통령과 트럼프 모두 참석하는 만큼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지만, 양쪽 모두 국내정치적 상황까지 얽혀 양보가 어려운 만큼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불편한 기류 표출 시 오히려 지난달 첫 정상회담에서 형성된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반대로 회동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도 정상급에서도 문제 해결이 힘든 상황이라는 걸 드러내는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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