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여당, 대법원장 사퇴까지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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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석의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부와의 전면전에 나서고 있다. 6선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14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내란 세력에게 번번이 면죄부를 주고 법을 이용해 죄를 빨아준 ‘사법 세탁소’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비난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추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조 대법원장이 헌법 수호를 핑계로 사법 독립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내란범을 재판 지연으로 보호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사법 독립을 막고 내란 재판의 신속성과 공정성을 침해하는 장본인이 물러나야 사법 독립이 지켜진다”고 주장했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 12일 “사법부가 헌신적인 사명을 온전히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법원의 날 기념식)고 말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조희대 사퇴론’은 지난 5월 1일 대법원이 당시 이재명 대선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비등했지만 같은 달 25일 이 후보가 사법개혁과 관련해 “중요하지만 초기에 주력해서 힘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면서 사라졌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중진급 이상 또는 지도부에서 대법원장 사퇴 주장을 꺼낸 건 추 의원이 처음이다.

사법부를 다시 ‘외부의 적’으로 삼는 움직임은 최근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법안 개정을 둘러싸고 불거진 투톱(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간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다시 시작됐다. 정 대표는 지난 13일 “사법개혁은 사법부가 자초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민주당 강경파는 공개 석상에서 내란특별(전담)재판부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지만 원내지도부 등에선 “법원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修辭)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왔었다. 그러나 이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사실상 당론화하겠다고 나섰다.

당내 온건파로 분류돼 온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귀연 부장판사(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등 혐의 사건 1심 재판장)가 진행 중인 재판부는 경제·식품·보건 담당”이라며 “사법부가 내란 사건을 보는 태도가 유감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여당 “소년전담 법원도 있는데, 내란전담재판부 뭐가 문제인가” 주장

한 의장은 “(사법부가) 일찍이 전담재판부를 만들었어야 했다”며 “항소심까지 전담재판부를 고민하는 것이 빠르게 내란을 종식하고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를 바로 세우는 사법부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장은 “이미 서울중앙지법에는 지식재산전담재판부가 있고, 가사·소년사건을 전담하는 가정법원도 있다. 19대 국회에서부터 논의돼 온 노동법원 설치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별도 법원을 설치하자는 게 아니라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자는 것인데 무슨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게 제일 좋지만,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하면 입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선전포고인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말도 당내 기류를 바꾼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전담재판부에 관해 “그게 무슨 위헌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국민 주권, 그리고 직접 선출 권력, 간접 선출 권력. 그런데 이걸 우리가 가끔씩 망각한다”며 “국가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은 입법부의 권한이다.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거다. 사법부의 구조는 사법부가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내란종식특별법’(박찬대 의원 대표발의)은 국회 추천 3인, 판사회의 추천 3인, 대한변호사협회 추천 3인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내란전담재판부를 구성할 법관을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영장전담판사도 같은 방식으로 별도로 지명한다. 이 재판부의 명칭에서 민주당은 ‘특별’ 대신 ‘전담’이란 용어를 쓰기 시작했지만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 지귀연)가 맡고 있는 이 사건을 강제로 국회가 개입해 만든 재판부로 넘기겠다는 방식은 그대로다.

이날 부산을 방문한 판사 출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 구성에 있어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진 외부 집단이 관여하는 건 헌법 취지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며 “선출된 권력은 삼권의 정점에서 군림할 수 있다는 위험한 생각은 헌법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매우 무모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특별재판부는 대부분 헌법에 근거 규정을 뒀다”며 “(민주당식 특별재판부는) 북한이나 중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검사 출신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통화에서 “정치권력이 사법부의 재판부까지 골라서 원하는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공산당 인민재판도 이렇게까지는 안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방식이 “후보추천위가 전담재판부를 추천하지만 결국 대법원장이 결정하기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편향성)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최기상 정책위 수석부의장)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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