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 기업들, 대미전략 수정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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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기습 단속으로 무더기 구금된 대기업과 협력사 직원이 단속 8일 만에 한국으로 무사 귀환했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대(對)미 투자를 늘리기로 한 한국 기업은 비자부터 장기 투자까지, 사업 전략의 궤도 수정에 들어갔다.

10대 그룹 계열사 중 삼성전자·삼성SDI·SK하이닉스·SK온·현대모비스·현대제철·한화큐셀 등 LG엔솔·현대차와 마찬가지로 현지에서 공장 신증설을 하는 곳만 따져도 줄잡아 20여 개사에 달한다.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비자 문제가 이들 회사의 발목을 잡는다.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비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서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ESTA(전자여행허가) 또는 B1(단기 상용) 비자로 미국으로 출장을 떠날 경우 불이익이 있는 건 아닌지 사내 문의가 늘었다”며 “법무실과 자문 계약을 한 로펌을 통해 적법한 비자를 받아 나가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엔솔은 고객사 면담을 제외한 미국 출장을 전면 중단했다. 현대차는 필수가 아닐 경우 미국 출장을 보류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한 달 이상 텍사스 등 반도체 공장으로 출장을 나갈 경우 주재원(L-1) 비자를 받도록 공지했다. 하지만 비자를 발급받기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쇼(CES)에도 불똥이 튀었다. ‘CES 2026’에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대규모 부스를 꾸릴 예정인 현대차는 예년보다 늦은 10월 중 출장 인원·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인 등 해외) 전문가를 (미국에) 불러들여 훈련해 미국인이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비자 제도 개선을 언급했다.

하지만 공장을 일정대로 완공하려면 당장 한국 전문인력이 필요하기에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미국 현지 공장에 파견된 적이 있는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미국인은 반도체·배터리 공장 근무를 ‘3D(어렵고, 더럽고, 힘든 일)’로 여겨 피한다”며 “숙련된 한국 인력이 현지로 나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수조원, 수십조원을 들여야 하는데 (비자처럼) 다른 문제가 발목을 잡는 상황이 속출하면 어떤 회사가 공격적으로 대미 투자를 늘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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