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5 혁신창업국가 대한민국 국제포럼'에서 수상기업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코스피 5000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 통상 주가를 결정짓는 요인은 기업의 펀더멘털(실적 등 기초체력)과 그 기업들이 속한 한국 시장에 대한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고령화 단계에 들어선 한국의 산업구조상 실적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는 데엔 한계가 있는 만큼, 새로운 산업 육성으로 활기를 불어넣어 추가적인 밸류에이션 상승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본다.

홍대순 광운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엔비디아 같은 기업 3개만 있어도 ‘코스피 5000’을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며 “증시 부양의 근간이 기업 실적이라는 점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워 미래 산업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건 유망 스타트업이다. 홍 교수는 “기업 가치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는 ‘유니콘’ 기업들의 상장 성공모델이 이어져야 한다”며 “기업 및 증시 정책을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추고, 한결같이 ‘기업을 밀어준다’는 시그널을 줘야 외국 투자자들도 한국 시장을 믿고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오히려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기술기반업종 창업기업 수는 2020년 22만8949개에서 지난해 21만4917개로 약 6.13% 감소했다. 창업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의미다.

성창수 동국대 기술창업학과 교수는 “생성 인공지능(AI) 등의 등장으로 창업 아이템이 무궁무진해졌지만, 최근 기술특례상장(재무지표가 좋지 않더라도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만으로 주식 상장)조차 쉽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스타트업 창업은 위축된 상황”이라며 “투자금을 유치하기 어렵기 때문에 넥스트(차기)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김경진 기자

한국 시장에 대한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2030년 6월)까지 코스피 5000을 달성하려면 연간 코스피가 9.45%씩 올라야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업의 펀더멘털에 해당하는 코스피 상장기업의 최근 10년 평균 매출 순이익률은 4.58%다. 산술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매년 4.87%포인트(9.45%-4.58%)씩 높아져야 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5000시대’가 허황한 공약이 아니다. 한국 증시는 상승 여력이 더 있다”며 ▶기업 거버넌스 개선 ▶우호적 대외환경 조성 등을 밸류에이션 상승의 조건으로 꼽았다. 특히 현재 미국 정부가 재정 적자 해소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달러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센터장은 “역사적으로 1970년대 중반, 1980년대 중반, 2000년대 초반 등에 5년여에 거쳐 최소 40% 이상의 달러 약세가 나타난 적 있는데 당시 한국 증시가 강력한 대세 상승장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증시를 움직이는 ‘큰손’들은 한국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을까. 중앙일보가 기관투자가 60곳에 심층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는 “규제와 같은 ‘채찍’도 필요하지만, 기업이 시장·주주친화적 정책을 자발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당근’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이 있어야 기업 성장과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성창수 교수는 “전 세계의 창업자들이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만들 수 있는 매력적인 환경을 조성하면 국내 산업 생태계가 보다 탄탄해질 것”이라며 “기업 생태계가 탄탄해지면 자연스럽게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