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혼자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재석 경사 팀원들인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직원들이 15일 오전 이 경사 발인을 앞두고 인천 동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구조하다 숨진 고(故) 이재석(34) 해양경찰 경사의 동료들이 해경 내부에서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15일 인천 동구 장례식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경사와 함께 근무했던 영흥파출소 동료 4명은 “파출소장으로부터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사건과 관련해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또 “유족을 만나면 눈물만 흘리고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지시까지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인천 동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해경 고(故) 이재석 경사 빈소를 찾은 해경 동료들이 조문하고 있다. 이 경사는 지난 11일 인천 옹진군 영흥도 갯벌에 고립된 70대 A씨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했던 구명조끼를 A씨에게 입혀준 뒤 함께 헤엄쳐 나오다 실종됐다. 연합뉴스

동료들에 따르면 함구 지시는 이 경사가 발견돼 응급실로 이송되던 시점에 내려졌다. 파출소장은 당시 팀원들과 비상 소집된 다른 인원을 불러 인천해경서장의 지시사항이라며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후 조사 과정에서 사실을 밝히려 했으나, 유족과의 면담을 계기로 왜곡된 내용을 바로잡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또한 인천해경서장 역시 유족에게 불필요한 언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당직 인원은 총 6명이었으나, 회견에 나선 동료들은 사고 당시 휴게시간이었던 인원들이다. 이들은 “팀장이 신속히 대응하지 않아 구조가 지연됐다”며 지휘 부실을 지적했다.

해양경찰청은 “유족에게 CCTV, 무전녹취록, 드론 영상 등 가능한 자료를 모두 제공했다”며 “서장과 파출소장의 은폐 지시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 경사는 지난 12일 새벽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구조하다 실종돼 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부상자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부력조끼와 장갑을 건네고 홀로 현장을 지키다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2인 1조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으며, 그는 무전으로 추가 인원 투입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