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아시아서도 명함 못 내미는 한국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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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신한동해오픈이 14일 인천 잭니클라우스GC에서 막을 내렸다. 우승컵은 1만6000여 명의 갤러리 앞에서 일본의 히가 가즈키가 들어올렸다. [사진 KPGA 인스타그램]
14일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신한동해오픈 톱10에 KPGA 투어 소속 선수는 한 명뿐이었다.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친 캐나다 교포 이태훈이 톱10 중 KPGA 소속의 유일한 참가 선수였다. 공동 6위에 오른 김성현은 올해 KPGA 투어가 아니라 미국프로골프(PGA) 2부 콘페리 투어에서 활동했고, 이번 대회에는 스폰서 초청 선수로 참가했다.
신한동해오픈은 2019년부터 KPGA 투어, 일본프로골프 투어(JGTO), 아시안투어가 공동 주관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 세 투어가 함께 치른 5차례 대회에서 JGTO 선수가 3승, KPGA 투어와 아시안투어 선수가 1승씩 기록했다. 평균 컷 통과자 수는 아시안투어가 23.5명으로 가장 많고, JGTO가 21.25명, KPGA 투어가 19.25명이다. 이 5차례 대회 중 4차례나 한국에서 열렸는데도 KPGA 투어는 셋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냈다.
같은 날 끝난 일본 여자골프 메이저 대회인 소니 JLPGA 챔피언십에서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주력 선수들 성과는 미미했다. 박지영은 컷 탈락했고, 김수지는 기권했으며, 이예원은 공동 52위에 그쳤다. 박현경이 공동 14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KPGA 투어 한 관계자는 “한국 선수들은 롱게임은 강하지만 쇼트게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그린피가 비싸고 선수 지망생을 위한 할인 프로그램도 없어 실제 잔디 코스를 경험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 때문에 일본이나 아시안투어 선수보다 쇼트게임 감각이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회 수가 적어 여름 내내 쉬는 등 경기 감각도 떨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과 비교해 일본이나 아시안투어와 KPGA 투어의 격차가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올해 마스터스의 한국오픈 패싱으로 격차가 다시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JGTO에서 활동 중인 송영한은 “일본오픈 우승자가 마스터스에 초청받게 된다는 소식에 투어에 활력이 생겼다”고 전했다. 마스터스에 나가고 싶은 좋은 선수라면 KPGA 투어가 아니라 아시안투어나 JGTO로 갈 것이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 투어에서 우승한 건 2022년, 일본 투어에서 우승한 건 2023년이 마지막이다.
KLPGA 투어는 박세리의 ‘맨발 투혼’ 이후 JLPGA 투어를 추월했다. 1980년대 엔화 강세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 상금 여성 투어로 꼽혔던 JLPGA 투어는 안주했고, 협회도 일종의 쇄국정책으로 고립됐다. 1999~2014년 열린 한일 여자 프로골프 국가대항전에서 한국은 일본을 압도했다. 실력 차가 너무 커 대회가 중단됐을 정도다. KLPGA 투어 선수가 JLPGA 투어에 진출하면 대부분 상위권에 올랐고, 일본 선수들은 한국 선수를 우러러봤다.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 신지애를 제외하면 JLPGA 투어 상위권의 한국 선수를 찾기 힘들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한 선수들 성적을 보면 투어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JLPGA 투어에서 활동하다 올해 LPGA 투어로 간 선수 4명은 모두 우승했다. 반면 최근 KLPGA 간판선수가 LPGA 투어에서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맨발 투혼’의 열정이 사라진, 전형적인 쇠락기의 모습이다. “선수들이 큰 꿈을 잃은 채 편안한 투어에 안주하고, 외모 중시 문화와 쉽게 조성된 코스 등으로 투어가 연성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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