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진태 발언 제지, 박형준 패싱…국힘 "李, 타운홀미팅 관건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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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춘천 강원창작개발센터에서 ‘강원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가운데 도민들이 질문을 위해 손을 들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을 놓고 국민의힘에서 “관건 선거” “선거 개입”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방문 지역 대부분이 선거 승부처에 쏠려 있고, 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의 발언을 제한하자 불만이 커진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부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내 편 아니면 차별하고 목소리도 낼 수 없는 ‘입틀막 정치’가 횡행하고 있다”며 “노골적인 지역 차별이자 야당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이 대통령이 야당 지방자치단체장을 병풍으로 세워 면박을 주고 발언권을 차단한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는 전형적인 선거 개입이자 관권 선거”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의 목소리가 커진 건 지난 12일 강원도 춘천시에서 열린 ‘강원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 때문이다. 당시 행사에서 김진태 강원지사의 발언 요청은 두 차례나 거부됐다. 김 지사는 자치 권한 확대 등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참석자의 민원이 나오자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지사님 좀 참으시죠. 도민들 얘기 듣는 자리인데”라고 발언을 막아섰다. 김 지사가 재차 “좋은 얘기라서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려고 한다)”고 요청했지만, 이 대통령은 “나중에 하시죠. 나중에”라며 일축했다.
김 지사는 ‘지역 도서관 건립이 지연되고 있다’는 참석자의 민원을 듣고 또다시 “대통령님 제가 간단하게 말씀 좀 드리겠다”고 했지만, 이 때도 이 대통령은 “여기는 대통령과 우리 도민들이 대화하는 자리고, 제가 물어볼 게 있으면 물어보겠다”며 끝내 발언권을 주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성훈 대변인은 “강원도는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출마설이 나오는 지역”이라며 “현역 야당 지자체장의 입을 틀어막은 이유를 국민이 모를 리 없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 25일 부산 부경대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부산의 마음을 듣다' 간담회에서 김경수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모습은 지난 7월 25일 부산 타운홀 미팅에서도 판박이처럼 벌어졌다. 당시 한 참석자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관련해 “박형준 부산시장이 왔는데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지만, 이 대통령은 “집단 면담을 진행해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같이 의논해 달라”는 말로 박 시장의 답변을 갈음했다. 당시 박 시장은 마이크를 잡으려 하다가 발언권을 얻지 못하자 손을 다시 내려놓기도 했다.
반면 이 대통령은 전재수 해수부 장관에겐 “연내 해수부 청사가 이전 가능하냐”고 물었고, 전 장관은 “올 수 있다”고 답하는 등 웃으며 대답을 주고받았다. 전 장관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력한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손꼽힌다.
지난 7월 4일 충청 타운홀 미팅 때는 국민의힘 소속 대전·충남·충북 시·도지사는 아예 초청을 받지 못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이 대통령이 강릉시 가뭄 현장을 점검하면서 김홍규 강릉시장이 원수(原水·자연 그대로의 물) 확보 비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을 못하자, 실소를 하거나 격앙된 어조로 질책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21일 만인 지난 6월 25일 광주를 시작으로 충청(7월 4일), 부산(7월 25일), 강원(9월 12일) 등 4개 지역에서 타운홀 미팅을 진행했다. 이 대통령의 여름 휴가와 한·미 정상회담이 겹쳤던 8월을 제외하면 매달 행사가 진행된 셈이다. 특히 광주를 제외하면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 단체장으로 있고, 여권에선 이들 지역을 내년 지방선거 탈환 지역으로 꼽고 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대통령이 지역 숙원 사업을 해결해주겠다는 약속으로, 사실상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야당이 호도한다”고 반박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4일 “국민의 목소리를 우선하는 대통령의 당부를 관권 선거로 호도하고 정쟁 소재로 삼으려는 일부 야당의 폄훼는 국민 통합에 역행한다는 사실을 주지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부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전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총선이나 지방선거 등 큰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의 지방 일정을 야당이 비판하는 일은 과거에도 있어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국을 돌며 총 30차례 민생토론회를 개최한 게 비등한 예다. 이를 두고 당시 민주당은 잦은 지역 방문과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 등 선심성 공약 남발, 수도권·충청 등 선거 승부처 중심의 장소 선정을 문제 삼으며 “대통령이 여당의 ‘선대본부장’ 역할을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야권의 비판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총선을 2주 남기고 민생토론회 일시 중단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일 충남 공주시 아트센터 고마에서 ‘다시 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넘치는 골목상권’을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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