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Fed 장악 또 실패…美법원, 리사 쿡 해임 요구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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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회의에 참석한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16일(현지시간) 기준 금리 결정을 앞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Fed 장악 시도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하려 한 리사 쿡 Fed 이사의 직위를 유지하는 판결을 내리면서다.

워싱턴DC 연방 항소법원은 15일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 해임 요구를 2대 1로 기각했다.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브래들리 가르시아, 미셸 차일즈 판사가 기각,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그레고리 카차스 판사가 해임 의견을 냈다.

법원의 판단은 16~17일 열리는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몇 시간 앞두고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 쿡 이사의 회의 참석을 막기는 불가능하다.

이번 법정 다툼은 지난달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쿡 이사에 해임을 통보하며 시작됐다. 쿡 이사가 과거 주택담보대출 사기를 저질렀다는 걸 근거로 삼았다. 지난 2021년 조지아주(州) 부동산을 사며 주거용이라고 밝혔지만, 이듬해 임대로 내놔 허위로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쿡 이사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Fed 이사를 해임할 권한이 없다며 맞섰다. 쿡 이사의 변호인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법에 따른 ‘정당한 사유(for cause)’가 아닌 금리 인하를 압박하기 위해 쿡 이사를 해임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쿡 이사가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해임 명령의 효력을 정지했다. 쿡 이사가 문제가 된 부동산을 구매할 당시 관련 서류에 ‘휴가용 주택’으로 기재했는데, 이는 사기 의혹을 반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측근 마이런도 이사 됐다…“정치 간섭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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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도 Fed 이사가 됐다. 마이런의 인준안이 상원 본회의에서 찬성 48표, 반대 47표로 통과되면서다. 민주당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고, 공화당은 한 명 빼고 모두 찬성했다.

마이런도 16일 FOMC에 참석해 기준 금리 인하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내년 1월까지 사임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의 남은 임기를 채우게 된다. 마이런 이사는 연임되기 전까지는 CEA 위원장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로 인해 백악관이 Fed의 의사결정에 깊이 개입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이런의 합류로 전체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Fed 이사는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 미셸 보먼 Fed 부의장에 이어 총 3명으로 늘게 됐다. 다만 쿡 이사 해임이 무산되면서 FOMC에 참석하는 상임 이사 7명 중 과반을 ‘자기 사람’으로 채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엔 차질이 생기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부양 및 정부 이자 부담 완화를 위해 제롬 파월 Fed 의장 등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에도 취재진에게 “(이번 FOMC에서)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지금은 금리를 내리기에 완벽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번 FOMC에서 스몰컷(0.25%p 금리 인하)이 이뤄질 거란 시각이 우세하다.

한편 Fed 출신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정책을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듀크대가 Fed 이사와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를 지낸 인사 등 2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24명이 정치적 간섭으로 인한 통화정책 실수의 위험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들은 “백악관의 압력으로 Fed가 금리를 너무 빨리 내리면 인플레이션이 고착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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