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드라이어가 5000원? 남는게 있나"…오픈런 터진 초저가 제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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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원짜리 헤어드라이어,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까지.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초저가 경쟁’이 뜨겁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절약형 소비 경향에 맞춰 ‘초저가 제품’이 유통가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한 모양새다.

16일 업계에에 따르면 초저가 제품 경쟁은 대형마트, 편의점, 생활용품점까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실제 기자가 ‘초저가’ 생활용품·식품 몇 가지를 구입해보니 전부 1만원이 들지 않았다. 다이소의 헤어드라이어(5000원), 이마트의 초저가 브랜드 ‘5K PRICE(오케이 프라이스)’ 라면(2980원), 편의점 GS25의 핫아메리카노(1000원), 이마트24의 삼각김밥 2개(개당 450원)에 대한 총 구입액은 9880원이었다. 같은 품목들보다 20~80%가량 저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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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직접 구입한 초저가 제품들. 총 구입액이 1만원이 들지 않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다이소의 헤어드라이어(5000원), 이마트의 초저가 브랜드 ‘오케이 프라이스’ 라면(2980원), 편의점 이마트24의 삼각김밥 2개(개당 450원), GS25의 핫아메리카노(1000원). 임선영 기자

소비 트렌드에 민간함 편의점 업계는 앞다퉈 초저가 자체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CU는 스낵·우유 등을 990원에 파는 ‘990 시리즈’의 품목을 양파·대파 등 채소 9종으로도 확대했다. GS25는 지난 15일 ‘1000원 스낵’을 출시하는 등 초저가 제품군(리얼프라이스)을 강화했다. 이마트24는 9월 한 달간 동일 가격의 삼각김밥 2개를 한 개 가격에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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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가 최근 내놓은 990원짜리 시리얼바. 사진 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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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가 최근 출시한 '1000원 스낵'. GS25

대형마트도 가성비를 내세우며 초저가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식품·생활용품을 5000원 이하로 판매하는 자체 브랜드 ‘오케이 프라이스’를 지난달 14일 론칭했다. 롯데마트는 델리 제품을 3990원, 4990원 균일가에 판다.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는 최근 청소기·헤어드라이어 등 생활가전을 5000원에 내놨다.

이렇게 싸게 팔아도 남는 게 있을까. 유통업체들은 제품 원가 절감을 위해 여러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제조·협력사를 발굴해 직거래하는 등 유통 단계를 간소화하고, 대량 구매로 공급가를 낮추는 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CU는 자동화 설비를 갖춘 업체와 직거래를 통해 채소 원가를 낮췄다고 한다. GS25은 상품기획자(MD)가 화장품 제조사에 소용량 구성을 제안해 1000원대 트러블패드 판매가 가능했다. GS25 관계자는 “초저가는 그 차제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도 덜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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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초저가 브랜드 '오케이프라이스'의 제품들. 사진 이마트

이마트는 유럽의 한 올리브유 제조사와의 대량·연간 계약으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250ml)의 가격을 4980원에 책정할 수 있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렌지 착즙주스는 스페인에서 직수입, 화장지·면도기는 글로벌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업체와 직거래 해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높였다”고 말했다.

다이소는 원가를 맞출 수 있다면 지구 반대편까지 간다고 한다. 다이소 관계자는 “대나무 제품은 베트남에서, 스테인리스 제품은 인도에서, 접시는 브라질에서, 도자기와 유리 제품은 터키에서 공급받는 식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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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에서 델리 제품을 균일가에 팔고 있다. 사진 롯데마트

실제 초저가 상품은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GS25에 따르면 1000원 이하 자체 브랜드 제품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6.9% 증가했다. 이마트 오케이프라이스의 980원짜리 두부(맛있는 두부)는 한 달간 28만4000개가 팔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인기 초저가 제품을 사기 위해 오픈런까지 발생할 정도로 집객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업체 간의 초저가 경쟁은 가성비 제품이 계속 발굴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품질이 좋아야 재구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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