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된장 냄새 풍기는 재즈, 엉뚱한 길 가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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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은 데뷔 30주년을 맞아 대규모 재즈 오케스트라 협연에 나선다. [사진 행복을 뿌리는 판]
“두루마기에 빨간 나비 넥타이. 참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은 엉뚱한 길을 가고 싶을 때가 있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소리꾼 장사익(77)이 특별한 도전에 나서며 이같은 소감을 남겼다. 그는 오는 10월 서울, 대구, 안산, 부산을 잇는 전국 투어에서 캐나다의 18인조 빅밴드 토론토 재즈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를 꾸민다. 그동안에도 재즈와 협업 공연을 연 적은 있으나, 이처럼 대규모 재즈 오케스트라에 통째로 본인 노래 편곡을 맡겨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의 달개비에서 만난 장사익은 “나는 재즈를 모른다. 그럼에도 전문가들 옆에서 일단 해보는 거다”라며 “내 노래는 국악, 대중음악, 클래식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낭송하며 부르는 송가에 가깝다. 박자 없이 내 호흡대로 자유롭게 음악하는 것이 어떤 면에선 재즈와 닮았다”고 말했다.
장사익은 1994년 예(藝)소극장에서 첫 공연 ‘하늘 가는 길’을 열었다. 1995년 1집 ‘하늘 가는 길’을 내며 음악 활동을 본격화했다. 올해가 음반 데뷔 30주년이다. 이후 ‘기침’, ‘허허바다’, ‘꿈꾸는 세상’, ‘사람이 그리워서’, ‘자화상’ 등 10장의 정규 음반을 냈다.

장사익과 협연하는 토론토 재즈 오케스트라는 1998년 결성돼 지휘자 조쉬 그로스먼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색소폰 5인, 트럼펫 4인, 트롬본 4인, 기타, 베이스, 피아노, 드럼으로 구성된 멤버 대부분은 캐나다 음악상인 주노(Juno) 수상 경력을 지닌 실력파들로, 장사익의 초대로 한국 관객과 첫 만남을 앞두고 있다. 장사익은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더해 해금 연주자 하고운을 추가했다. “내 노래인데 그래도 된장, 김치 같은 냄새가 풍겨야 하지 않겠나”며 악기들의 만들어낼 조화에 기대를 표했다.
작업에 함께 한 정재열 음악감독은 “‘찔레꽃’, ‘역’, ‘꽃’, ‘기차는 간다’ 등 7곡의 선생님(장사익) 대표곡과 선생님이 즐겨 부르는 대중가요(‘봄날은 간다’, ‘열아홉 순정’, ‘대전 블루스’, ‘아리랑’ 등)를 포함해 총 15곡을 빅밴드로 재편곡했다. 한국 음악을 전혀 모르는 오케스트라 멤버 5인에게 편곡을 맡긴 덕분에 50년대 스타일, 모던 재즈, 영화음악 스타일까지 다양한 음악이 나와 아주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 나이로 77세 생일을 맞았다는 그는 지난 세월을 돌아봤다. “가족들이 희수라는 말을 써서 깜짝 놀랐다. 그건 늙은이에게나 쓰는 말인데”라며 “46세에 친구들 등에 떠밀려 음악을 시작했다. 일회성으로 놀자고 했던 것이 30년이나 흘렀다. 30년 간 목도 아프고 여러 어려움이 있었으나, 꾸준히 음악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또 “음악이 운명이라 생각하고 죽기 직전까지 노래하겠다. 젊은 사람들은 봄처럼 노래하지만, 나는 여름도 지났고 가을 무렵에 왔다. 늙은 목소리로 전하는 울림이 있을 것인데, 이 시기가 진정한 노래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공연은 10월 19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시작해 21일 대구 천마아트센터, 23일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 25일 부산 영화의 전당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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