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조원철 법제처장 "대통령 40년지기 보은인사? 李 굉장히 냉정" [취임 첫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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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철 법제처장이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법제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 처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18기)이자 ‘대장동 사건’ 변호인이었다. 그는 ‘보은 인사’ 논란에 대해 “(이 대통령은) 냉정할 정도로 부채 의식이 없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김성태 객원기자

윤석열 정부의 법제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 이완규 전 처장이었다. 정부가 법률의 위임 범위를 넘어서는 행정입법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이른바 ‘시행령 통치’를 할 때 법제처의 견제 기능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의 면책 기구”라는 비판도 나왔고,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는 “법제처는 지난 정부에서 국민적 신뢰와 명예가 훼손된 기관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런 법제처의 수장으로 또다시 대통령의 ‘40년 지기’가 임명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18기)이자 ‘대장동 사건’ 변호인이었던 조원철 법제처장이다. 조 처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앙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재명 정부에서) 명백히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는 시행령 개정이 있다면 이견을 내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보은 인사’라는 비판엔 “동의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부채 의식이 없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7월 취임식에서 “행정입법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청법 하위법령 등 국민 눈높이에서 봤을 때 굉장히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법제처가 견제를 못했다.”
가장 문제였던 ‘시행령 통치’는 무엇이라고 보나.
“국회가 검찰청법 개정을 통해 2020년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6개 범주로 줄였고, 2022년 2개로 줄였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시행령으로 경제 범죄 등을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건 해석의 영역을 넘어서 법률을 완전히 위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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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철 법제처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들으며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조 처장은 지난 10일 ‘불합리한 행정입법 개폐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TF에선 법률의 명확한 위임 없이 하위법령으로 새로운 의무를 부과한 사례를 모으고 있다. 조 처장은 “발굴한 사례를 핵심 과제로 선정해 바로바로 개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도 ‘시행령 통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
“법제처도 정부 부처 중 하나이고, 법제처장은 정부의 법무대리인 성격도 있어 최대한 정부 정책을 뒷받침해야 한다. 다만 명백히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는 시행령 개정이 있다면 이견을 제시하고 제 목소리를 내는 게 오히려 정부에 도움이 된다. 법제처 내에서도 담당자들이 내가 원하는 말만 하면 불안할 것 같다. 대통령과 법제처장의 관계도 같다.”
이 대통령과는 40년 가까이 된 사이다.
“사법연수원 1년차 때 이전엔 없던 노동법학회 등이 만들어졌다. 나는 노동법, 사회법에 관심이 많았고, 이 대통령은 노동 현장에서 일하면서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아 같은 학회에서 공부했다. 연수원 시절 조영래 변호사 사무실에서 노동 3법을 준비하는 일도 같이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정기승 판사를 대법원장에 지명하려고 할 때 반대 서명할 사람을 모으는 일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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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철 법제처장은 16일 인터뷰에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조 처장은 “국무위원 구성이 마무리되며 이 대통령 마음도 가벼워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성태 객원기자

이 대통령은 과거에 어땠나.
“굉장히 실용적인 생각이 인상적이었다. 문병호 전 의원이 사법연수원 동기였고 운동권 출신이었는데, 이 대통령은 당시 기수 모임을 해도 이념, 운동권 이런 것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 사고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후 당을 바꾼 문 전 의원 등을 보면 이념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대통령과 가까워 법제처장으로 임명된 것 아닌가.
“동의하지 않는다. 사법연수원 때부터 알았으니 내 소신과 가치관을 잘 알고, 법조계 내에서 나에 대한 평가 그리고 ‘대장동 사건’ 등의 변호인 활동을 하면서 본 모습 등이 종합됐을 것이다. 법제처 업무가 판사 업무와 유사한 측면도 많다. 외부에서 온다면 법관 출신에게 적합한 자리가 아닌가 싶다.”
‘보은 인사’라는 비판도 있다.
“이 대통령 성격을 많은 사람이 잘 알 것이다. 냉정할 정도로 부채 의식이 없다. 이 대통령은 ‘보은 인사’를 할 사람이 아니다. 굉장히 냉정하다.”

조 처장은 자신이 내정됐을 때 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 처장이 지난 7월 부임 직후 국무회의에 참석했을 때 이 대통령은 그의 참석 사실도 몰랐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 뒤에 도시락을 먹으며 “머리가 번쩍번쩍해서 보니까 조 처장이 있더라”라고 말한 일화를 조 처장은 전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날에도 조 처장은 이 대통령이 세종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정부는 올해 110개의 법률 개정을 완료하겠다는 내용의 국정과제 입법계획을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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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철 법제처장이 지난 7월 16일 정부세종청사 법제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조 처장은 취임식에서 "행정법령의 과감한 정비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일의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법제처의 역할은 뭔가.
“이 대통령이 오늘(16일) 국무회의에서도 장관 등에게 일의 속도를 내달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정부조직법 개정 같은 경우에 법제처에 검토 요청이 오고 1차적인 정비를 지난 주말 사이에 다 했다. 차장부터 사무관까지 나와서 일을 했다. 그럴 정도로 입법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조 처장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 일선 법원을 두루 거친 정통 법관 출신이다. 최근 정치권의 삼권분립 논란에 대해서도 물었다.

최근 여당이 주장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어떻게 보나.
“법원에 설치될 내란특별재판부 후보자를 그 법원의 판사 중에서 선정하고, 대법원장이 (후보자 중에서) 최종 담당 판사를 선정한다면 위헌의 소지가 없다고 본다. 법제처장으로서 조 대법원장에 관해 말하긴 어렵지만, 내란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은 대법원장이 잘못된 판단을 한 지귀연 판사를 그대로 두는 것에 여당이 강한 불신감을 표출하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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