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장관님 의도와 달라" 박진희, 순직해병 문서 &ap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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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핵심 참모였던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이 16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장관님이 의도한 문구와 다르다”며 ‘핀셋 수정’을 지시한 정황이 파악됐다. 2023년 8월 채 해병 사망 사건 초동조사 결과 재검토를 맡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최종 보고서를 결재받기 직전까지 보고서 본문 수정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16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통화 녹음 파일에 따르면 박 전 보좌관은 2023년 8월 20일 오후 3시 56분 국방부 조사본부 소속 김모 대령에게 전화해 5분29초간 통화했다. 박 전 보좌관은 조사본부 최종 보고서의 2, 3페이지 본문 내용을 구체적으로 캐묻고 “저번에 불러준 내용과 조금 달라졌다. 본문은 원래 (불러준 것을) 그대로 준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 보좌관은 나흘 전 김 대령과의 통화에서 보고서상 수정할 내용을 직접 불러줬다고 한다. 여기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 전 보좌관은 보고서 본문 중 ‘사단장 등 4명은 각각의 사실관계를 적시해 사건기록 일체와 함께 경찰에 송부 후 필요한 조사가 진행되게 할 예정’이라는 구절을 문제 삼았다. 박 전 보좌관이 “‘사실관계를 적시’ 부분을 빼기로 하지 않았냐”고 묻자 김 대령은 “이 부분은 명확히 들어가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박 전 보좌관은 “그 부분을 써놓다 보니 조금 논란이 될 수 있어서”라며 보고서의 세세한 표현에까지 관여했다.

이어 김 대령이 “왜 이렇게 조사본부 결과 보고서의 디테일한 문구를 계속 수정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항의하자, 박 전 보좌관은 “방향성은 맞는데 장관님이 의도하는 문구랑 좀 다르니까 그런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에도 박 전 보좌관은 거듭 ‘각각의 사실관계를 적시’ 구절을 삭제하라고 거듭 요구했으나 김 대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2023년 8월 14일 이 전 장관에게 제출한 중간 보고서에는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6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됐지만, 같은 달 20일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는 임 전 사단장을 비롯한 4명이 빠지고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남았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해 6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입법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뉴스1

이 전 장관 측은 “박 전 보좌관을 통해 장관 의사가 조사본부에 전달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통령의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라는 언급이 있어, 임 전 사단장까지 수사 대상자로 넘기는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신중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오는 17일 도피성 호주 대사 의혹과 관련해 특검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오는 23일 채 해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조사도 시작될 전망이다.

박진희 3차 피의자 조사…조사본부와 69회 통화

순직해병 특검팀은 16일 박 전 보좌관에 대한 세 번째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지난 3일 피의자 입건됐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박 전 보좌관을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과정에서 관계자와 주고받은 연락 내용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박 전 보좌관은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시기인 2023년 8월 4일부터 25일까지 조사본부 지휘부와 69차례 연락을 주고받으며 외압을 행사했다. 김 대령과는 8월 한 달간만 45차례에 걸쳐 통화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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