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軍 "러, 핵잠수함용 원자로 올해 북한에 넘겨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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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북한에 핵추진 잠수함용(이하 핵잠) 원자로를 제공했다는 첩보를 군 당국이 입수해 확인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첩보가 사실이라면 한국·러시아 관계는 물론 국제적으로 큰 파장을 부를 전망이다.
16일 복수의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러시아가 올해 상반기에 2~3개의 핵잠 모듈을 북한에 건넨 것으로 추정된다. 모듈은 원자로·터빈·냉각기관 등 핵잠 추진 기관의 중추다. 북한이 원자로를 비롯한 핵잠 추진 기관을 통째로 받았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 모듈은 신형이 아니라 퇴역한 러시아 핵잠에서 뗐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지난해부터 러시아에 핵잠 기술과 함께 신형 전투기를 달라고 집요하게 요청했다”며 “러시아는 처음엔 소극적으로 나오다 올해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북한은 핵잠 건조를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했다. 미국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전략 핵잠을 보유하는 게 핵 무력의 완성으로 여긴다. 지난 3월 8일 북한의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핵추진 전략잠수함)’으로 보이는 함정 건조 현장을 둘러보는 장면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북한 핵잠 건조, 국가적 사업…“단시간에 개발 가능해질 우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 기술로는 이 핵잠을 단시간에 완성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특히 핵잠 건조에서 원자로가 가장 중요한데, 북한은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생겼다. 북한이 러시아 모듈을 얻으면 핵잠 원자로의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은 핵잠 원자로를 개발하려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대가로 러시아에 핵잠 추진기관을 달라고 강하게 요구해 왔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북한이 러시아 원자로를 역설계(분해하면서 도면을 제작)하고 지상에서 돌려보면서 관련 기술을 취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핵잠 모듈을 이전했다면 이는 러시아가 ‘레드 라인(Red line, 넘지 말아야 할 마지막 선)’을 넘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근본적으로 흔든다는 의미가 된다. 이 경우 국제 사회의 대북·대러 추가 제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군 당국이 입수한 첩보는 미국 등 동맹·우방국에 공유했다고 한다.
다만 정부 내 신중론도 감지된다. 한 정부 소식통은 “몇몇 가능성을 열어 놓고 첩보의 신빙성을 따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정보본부는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확인을 요청하자 “최근 러·북 간 군사 협력 강화는 북한에 핵추진 잠수함용 원자로 기술 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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