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엔비디아 급소 찌른 '중국의 덫'…SK하이닉스에도 쳐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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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심어놓은 ‘인수합병(M&A)의 덫’이 글로벌 반도체 업체를 죄어오고 있다. 중국과 무역 갈등 중인 미국의 대표 기업 엔비디아가 첫째 목표이지만, 한국 기업도 자유롭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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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얄 월드먼 멜라녹스 창업자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 엔비디아

지난 15일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엔비디아가 중국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추가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총국은 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는데, 예비조사 결과를 중간 발표한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총국은 기업에 전년도 연 매출의 1~10% 수준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중국이 문제 삼은 건 지난 2020년 엔비디아의 멜라녹스 인수다. 이스라엘 기업 멜라녹스는 초고속 연결 칩·솔루션 개발업체로, 회사의 기술 인피니밴드(InfiniBand)는 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에 사용된다.

중국 총국은 엔비디아의 승인 신청 12개월 만에 ‘중국 시장에 차별 없이 제품을 공급한다’ 등의 조건을 내걸어 허가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총국이 조사에 돌입하더니, 미·중 양국이 한창 무역협상을 벌이는 중에 ‘엔비디아의 반독점법 위반’을 통보한 것이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에 대해 “시점이 좋지 않다”라고 했다고, 16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인수대금 69억 달러(약 9조6000억원)였던 멜라녹스 인수는 엔비디아를 ‘그래픽처리장치(GPU) 판매 업체’에서 ‘AI 인프라 회사’로 도약하게 한 ‘황(黃)의 한 수’로 꼽힌다. 중국이 엔비디아의 급소를 찌르려는 셈이다.

SK하이닉스도 중국의 덫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 2021년 12월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중국 총국으로부터 승인받았다. 신청 14개월 만에 승인을 내주면서, 총국은 6가지 조건을 붙였다. ‘기업용 SSD의 중국 판매 가격은 시행일 전 24개월 평균가격을 넘지 않는다’, ‘5년 이내 기업용 SSD 생산을 지속 확대한다’, ‘모든 제품을 중국 시장에 지속 공급한다’ 등의 의무가 부과됐고, ‘제3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돕는다’는 조항까지 붙었다.

당시 공표문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발효 후 5년, 즉 2026년 12월이 지나면 총국에 조건 해제를 신청할 수 있으나 총국이 승인하지 않으면 조건은 계속된다. 또 “총국은 회사가 의무를 이행하는지 감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며, 미이행 시 반독점법 위반으로 조치를 취한다”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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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생산라인 모습. 사진 SK하이닉스

문제는 최근 미국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대한 고삐를 옥죈다는 거다. 지난달 미국은 두 회사 중국 공장에 반도체 장비를 비교적 자유롭게 반입할 수 있는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철회했는데, 여기에는 SK하이닉스가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의 낸드메모리 생산기지도 포함됐다. 중국 낸드 공장에 장비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는데, 중국이 인수 당시 내건 ‘기업용 SSD 생산 확대’ 같은 조건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엔비디아는 ‘미국 제재를 따르면 중국 법 위반이 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진퇴양난을 이미 인정했다. 회사는 지난 분기 사업보고서에서 “중국 당국은 미국 수출 통제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중국 고객을 차별하는지 조사 중이며,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할 경우 네트워킹 제품 관련 제한 조치를 받을 수 있다”라고 이를 회사의 위험 요소 중 하나로 적시했다.

이처럼 중국 총국은 반도체 M&A의 마지막 관문으로, 오랜 시간을 지체한 뒤 조건을 내걸어 승인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미국 반도체회사 브로드컴의 VM웨어 인수에 대해, 기밀 조항을 포함한 비슷한 조건을 10년간 이행할 의무를 부과해 승인했다. 지난 2023년 인텔은 중국 정부의 승인을 끝내 받지 못해 이스라엘 반도체 업체 인수를 위약금 5000억원만 물고 포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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